한국에서 미국까지, 총기 산업의 발자취… 종교와 무기, 얽힌 역사와 윤리적 논란

(뉴욕) 김기대 목사 = 설립 초기부터 세계 평화 와 인류 화합 을 외쳐온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는 그 역사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종교 활동과 나란히 진행된 총기 제조·판매 사업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 시작해 일본으로, 그리고 현대 미국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이 흐름은, 평화를 외치는 종교 와 무기 산업 이 묘하게 얽혀 있다.

1959년 5월, 통일교는 단순한 헌금 모금 활동에서 벗어나 ‘예화산탄공기총제작소’를 설립하며 사업 영역에 발을 들였다. 당시 발상은 문선명의 측근이자 2인자였던 유효원의 사촌 유효민에게서 나왔다. 공기식 산탄총을 교회에서 생산하고, 전국 지부의 신도들이 직접 판매하는 구조였다.

이 공기총은 사냥용 또는 표적사격용으로 판매됐고, 1960년대 후반 전국적으로 예화 산탄총 붐 을 일으켰다. 판매량은 약 15만 정, 당시 가격으로 15억 원에 달했다. 이 수익은 통일교의 사업 자본금으로 축적됐고, 이후 통일산업으로 사명을 바꾸며 각종 총포류 생산에 뛰어들었다.

문선명이 공업학교 출신이기는 하지만 왜 하필 총포산업에 뛰어들었는지에 대한 자료는 찾기 어렵다. 다만 추정이 가능한 단초는 있다. 민수용 화약류의 상품화는 1952년 한국화약주식회사가 설립되면서부터 시작되었고 산업용 화약류 생산이 본격화된 것은 한국전쟁의 혼란이 수습되던 1957년부터였다. 통일산업이 총포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런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화약류 산업이 본격화되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정부의 통제 안으로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된다. 공기총은 화약이 아니라 압축 공기에 의해서 격발되는 것이어서 그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5,16 쿠데타 이후 1961년 말 총포 단속법이 제정되었으니 예화 통일산업으로서는 기막힌 타이밍을 잡은 셈이다.

1973년, 통일산업은 다연발 발칸포 개발에 성공했고, 박정희 정부의 방위산업 육성 정책에 맞춰 방위산업체로 지정됐다. 그 결과, 통일산업은 통일교 그룹 내 최대 규모의 기업인 세일중공업(구 통일)으로 성장했다. 종교 단체의 무기 제조 진출이라는 독특한 행보였다.

1968년, 통일교 계열 일본 상사 코세이물산(幸世物産)이 한국에서 만든 공기 산탄총 예화 BBB 를 약 2,500정 수입했다. 일본 총포도검법은 총기 소지를 엄격히 제한하지만, 공기총은 허가를 받으면 합법적으로 소지 가능했다. 통일교는 신도들에게 대거 소지허가를 신청하게 해 초기 시장을 확보했고, 일본 내에서 판매망을 넓혔다. 신도들에게 소속감도 심어주고 판매망도 넓힐 수 있었다.

이 사업은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종교 네트워크를 활용한 판매 전략이었다. 신도들이 곧 고객이자 유통망이었고, 수익은 교단 재정으로 환류됐다. 하지만 1970년대 초, 국회에서 대량 총기 수입 이 문제로 지적되며 추가 수입에 제동이 걸렸다.

2012년 문선명 사망 이후, 통일교는 여러 분파로 갈라졌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의 아들 문형진이 이끄는 세계평화통일성전(일명 생츄어리 교회) 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를 본부로 둔 이 교회는 AR-15 소총을 종교 의식의 상징물로 삼는다. 결혼식과 예배에 신도들이 AR-15를 들고 참여하며, 무기 소지를 하나님이 주신 권리 로 해석한다.

또 다른 아들 문국진은 총기 제조·판매 회사 Kahr Arms를 경영한다. Kahr Arms는 권총과 소총을 생산하며, 미국 총기 시장에서 꽤 알려진 브랜드다. 이렇게 통일교 가문 일부는 총기 산업을 가족 사업처럼 이어가고 있다.

통일교의 총기 산업 역사는, 종교가 재정 확충과 영향력 확대를 위해 무기 시장에 발을 들일 때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를 선명히 보여준다.한국에서 시작해 일본, 미국까지 이어진 이 흐름은 단순한 사업 다각화 가 아니라, 종교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시험대에 올린 사건으로 계속 주시할만한 필요가 있다. (본보 제휴 <미주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