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고 관리 편하다” vs “뜨겁고 재활용 안 된다”


(올랜도) 최정희 기자 = 플로리다 전역에서 인조 잔디가 확산되고 있다. 마이애미데이드 주택가에서 포트로더데일 해안가 저택까지 앞마당이 인조 잔디로 채워지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환경·기후·건강에 미칠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마이애미 헤럴드>가 16일 보도했다. .

매체는 플로리다대학(UF) 연구를 들어 인조 잔디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여름철 고온에 쉽게 달아 올라 주차장보다도 뜨거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UF 잔디과학자 마르코 스키아본 박사는 “인조잔디는 주변 기온을 식혀주는 식물의 증산작용이 없어 지표 온도를 끌어 올린다”며 도시 열섬 현상을 우려했다. 그는 또한 “인조잔디는 물을 잘 흡수하지 못하고, 비가 오면 오염물질이 지하수나 해양으로 흘러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신문이 적외선 온도계를 사용해 측정한 결과, 마이애미 한 공원의 인조 잔디는 150도에 달했으나 바로 옆 천연 잔디는 112도였다.

매체에 따르면 인조 잔디는 물 빠짐이 좋지 않아 홍수 위험을 키울 수 있고, 사용 수명이 8~10년에 불과해 대부분 폐기물로 매립지로 향한다. 일부 재활용 업체가 있지만 비용과 접근성 문제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경가 아이다 커티스는 "아이와 반려동물에게 위험하고 기후변화 시대에 자연 시스템을 없애고 인공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것은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시공업체들은 “연중 깔끔한 외관, 관리 비용 절감, 살충제·비료 불필요”를 장점으로 내세운다. 플로리다 히알리어 주택가에서 여러 건을 시공한 요안디 페레스는 "도시는 콘크리트를 싫어하면서도 녹지를 원하고 고객들은 인조 잔디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법으로 금지 풀렸지만…시민 반발 여전

올해 새 법안으로 지방정부가 앞마당 인조 잔디를 금지하지 못하도록 규제 장벽이 낮아졌다. 해당 법은 1에이커 미만의 단독주택 부지에서 지방정부가 인조잔디를 금지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설치 기준은 플로리다 환경보호청(FDEP)이 단독으로 설정한다. 법안 공동 발의자로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이자 조경업체 대표인 예벳 베나로크는 “이는 정부 개입이 아닌 주택 소유자의 선택권 확대”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수십억 달러 규모 산업 확대가 기대되지만, 코럴게이블스·마이애미·마이애미 레이크스 등 일부 도시는 여전히 뒷마당·옆마당에서만 허용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마이애미에서는 브리켈가에 설치된 인조 잔디가 주민 반발로 철거된 사례도 있다. 플로리다 환경보호국(DEP)은 현재 주거용 인조 잔디 규정을 마련 중이며, 지방자치단체들은 주정부 가이드라인 발표 전까지 자체 허가 절차를 보류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인조 잔디가 토양 침투성을 줄여 폭우 시 빗물이 지하수로 스며드는 통로를 막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플로리다대 제이슨 크루스 교수는 "결국 빗물 유출량이 늘어나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조 잔디가 시간이 지나며 분해될 경우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됐다. 인조 잔디가 비료 유출 문제는 줄이지만, 새로운 형태의 환경 부담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인조 잔디는 물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고 시각적으로 항상 푸르게 유지되는 장점이 있어 소비자 선호가 높다. 매디라비치의 한 주민은 지난해 허리케인으로 천연잔디가 모두 죽자 인조잔디로 바꾸기로 했다. “잔디 때문에 주말마다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다. 나는 플로리다에 살고 있고, 주말에는 바다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계와 환경 전문가들은 "냉각 효과·배수·생태계 유지 등 자연 잔디의 기능을 대체할 수 없다"며 경고한다.

플로리다의 새로운 규제 완화 속에서 인조 잔디는 더 많은 앞마당에 깔릴 수 있지만, 뜨거운 표면, 배수 문제, 미세 플라스틱 오염 등 환경적 대가를 치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