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병력과 필요성 확인 없이 125달러에 ESA 서류 발급

(올랜도) 최정희 기자 = 비행기, 마켓, 식당 등지에서 개나 고양이 등 동물을 동반한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세입자는 애완동물 관련 요금을 내지 않고 주거지에서 동물을 기를 수 있다.

이들 동물들은 이른바 '감정적 지원 동물(ESA: Emotional Support Animal)'로 주인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도움을 주는 반려동물이다.

장애인을 위한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서비스 동물과 달리 ESA의 경우 정식 훈련이 필요하지 않고, 정신 건강 전문가의 처방만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같은 제도가 악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때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올랜도에서 온라인으로 ESA 관련 서류를 판매하는 심리학자가 사기 의혹에 휘말렸다고 <올랜도센티널>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사우스 플로리다의 정치 활동가 티머시 “차즈” 스티븐스는 센트럴 플로리다의 임상심리학자로 알려진 캐롤리나 에스테베즈에 소송을 걸었다.

에스테베즈는 프리랜서 플랫폼 ‘파이버(Fiverr)’에서 125달러를 받고 ESA 평가와 증명서를 판매해왔다. 스티븐스는 이를 “서류 공장(letter mill) 사기”라 주장하며 “온라인에서 몇 가지 질문에 답하고 요금을 결제하면 곧바로 ESA 서류가 발급된다. 완전히 가짜”라고 말했다.

스티븐스는 2020년 제정된 플로리다 주법을 근거로 미국 내 5명의 의료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준비 중이다. 해당 법은 의료인이 ESA 서류를 발급하기 전 환자의 병력과 필요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위반 시 경범죄 처벌을 받도록 규정한다.

스티븐스는 가명을 사용해 에스테베즈에게서 ESA 서류를 구입했다. 그는 실제하지 않은 두 마리 개(‘맥스’와 ‘루나’)를 위해 문서를 신청했으며, 자신이 자폐증과 불안장애를 앓고 있다고 허위 진술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두 마리 모두에 대한 ESA 서류를 받았다. 그는 “그녀는 내 병력을 확인하려 하지도 않았고, 신분증 요구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문은 에스테베즈의 클리닉이 올랜도 남서부 건물에 등록돼 있지만, 현장을 확인한 결과 해당 주소에는 의료 스파만 있었고 클리닉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제도의 허점, 법률 보완의 필요성 제기

보도에 따르면 연방 법무부 민권 부서는 공식 웹사이트에서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서비스 동물 인증서나 등록 문서는 법적 효력이 없으며, 법무부도 이를 서비스 동물 증명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2020년 ESA 관련 법안을 공동 발의한 애나 에스카마니(민주·올랜도) 주 의원은 “장애가 없는 사람이 허위 문서를 이용하면, 실제로 필요한 사람이 법의 혜택을 누리기 어려워진다”며 이번 소송을 계기로 법률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고 의견을 표했다.

변호사 없이 사비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스티븐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들 사업을 인터넷에서 내쫓아야 한다. 플랫폼에서 퇴출하고, 목록에서 삭제하며, 블랙리스트에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플로리다법은 ESA 필요성을 허위로 진술하거나 문서를 조작해 제공하는 행위를 2등급 경범죄로 처벌한다. 또 환자를 실제로 만나거나 진료한 적 없이 ESA 문서를 발급해준 의료인 또한 면허 징계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