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율 하락에도 30일간 연방 통제·800명 주방위군·500명 연방 요원 투입

(올랜도) 김명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워싱턴D.C. 경찰의 지휘권을 30일간 연방 정부가 직접 행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수도가 폭력 조직, 피에 굶주린 범죄자, 떠돌이 폭력 청소년, 마약에 취한 광인, 노숙자들에게 점령당했다”며 “이 상황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 따라 800명의 주방위군과 500여 명의 연방 법집행 인력이 수도에 배치된다. 연방 인력에는 FBI 요원 120명, 연방보안관 50명, 마약단속국(DEA)·주류·담배·총기·폭발물국(ATF) 요원 등이 포함됐다. <폴리티코>는 이들이 순찰·치안 지원 임무를 수행하지만, 경범죄에 대한 체포권은 없어 현장에서 체포는 지역 경찰이 맡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살인율과 폭력 범죄를 근거로 개입을 정당화했으나, 워싱턴 경찰청 통계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2023년 폭력 범죄가 급증했지만 2024년에는 35% 감소했고, 올해 1월 1일부터 8월 10일까지의 폭력 범죄는 1584건으로 팬데믹 이전보다도 낮았다.

"불안·전례 없는 조치"… 시장·시민 반발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를 "불안하고 전례 없는 일”이라면서도 법적으로는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경찰을 장악할 권한이 있음을 인정했다. 다만 "범죄를 방치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시정부는 매일 범죄 억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1973년 제정된 D.C. 자치법(Home Rule Act)에 근거해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이 법은 대통령이 일정 기간 수도 경찰을 장악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배치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일부 연방 요원이 이미 제한적으로 주말 순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 반응은 엇갈렸다. 네이비야드 지역에 거주하는 샨타 릭스비(43)는 “최근 5년간 범죄 수준은 비슷했지만 팬데믹 이후 다소 증가했다”며 “군 병력을 투입하기 전에 범죄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캐피톨힐 주민 사라 스트러블(37)은 “군 투입보다 지역사회 서비스와 지원에 예산을 쓰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폴리티코>와 <뉴욕타임스>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노선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십 년간 범죄율을 이유로 대도시, 특히 민주당 성향이 강한 지역을 비판해 왔다. 다만 범죄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이번처럼 수도 치안권을 장악하는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