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허리케인 비상금 7억5000만 달러 적립, 공공지출 대폭 삭감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 주의회가 경기 불확실성과 허리케인 위협에 대비해 총 1150억 달러 규모의 긴축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 예산안은 론 디샌티스 주지사의 요청보다 5억 달러 적고, 지난해 조정 예산보다 35억 달러가 줄어든 금액이다.

주정부는 경기 불확실성과 자연재해에 대비해 비상예비금 적립을 확대하고, 교육 바우처와 기업 감세에는 예산을 대폭 투입한 반면 공공 부문은 대규모 감축에 들어갔다.

이번 예산은 공화당 주도의 의회에서 벌어진 당내 갈등 속에 60일 일정이 105일로 길어진 끝에 통과됐다. 세수 감소 우려에 따라 공공 지출을 줄이고 예비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조율됐으며, 일부 주요 입법 목표는 포함되지 않았다.

의회는 매년 최대 7억5000만 달러, 또는 일반 세입의 25% 이내 금액을 비상 상황 전용 예비비로 적립하는 헌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조항은 유권자 60%의 찬성을 얻어야 효력을 갖는다.

공화당 하원의장 대니얼 페레즈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며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주정부는 연간 13억 달러 규모의 세금 감면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중 상당 부분은 기업에 집중됐으며, 일상 소비자 대상 판매세 인하 등의 초기 제안은 후퇴했다. 대신 허리케인 대비 용품, 자외선 차단제, 해충 퇴치제, 학용품에 대한 한시적 면세 혜택이 포함됐다.

사립학교 바우처에 40억 달러… 이민 단속에도 예산 배정

플로리다는 사립 및 종교계 교육을 위한 장학금 예산으로 40억 달러를 배정했다. 이는 모든 K-12 학생에게 소득과 관계없이 바우처를 제공하도록 한 2년 전 법 개정 이후 급증한 사교육 지출을 반영한 조치다. 비판론자들은 이는 공공예산을 빠르게 소모시키고 있다고 경고한다.

한편, 플로리다는 2238개 주정부 일자리를 없애기로 했다. 대부분은 최근 3개월간 공석이었던 보건부, 아동가족부 등 다양한 기관의 자리다. 이와 동시에 주정부 공무원 전원에게 2% 급여 인상이 시행되며, 법집행관과 소방관에게는 근속 5년 이상일 경우 최대 15%까지 임금 인상이 적용된다.


의회는 이민 단속 지원을 위해 연방 정부와 계약한 지역 교도소에 3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플로리다는 이미 연방과 협력해 지역 경찰을 이민 단속 요원으로 지정하는 계약 수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예산안은 향후 디샌티스 주지사의 서명을 앞두고 있으며, 주지사는 조항별로 예산 항목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