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오시올라카운티, 주정부 눈치 보며 도서 27권 즉각 제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오렌지카운티와 오시올라카운티 교육청이 최근 주정부의 도서 규제 압박에 따라 학교 도서관에서 도서를 자발적으로 제거했다. 두 교육청은 플로리다 교육위원회가 '포르노그래픽(pornographic)'이라고 규정한 목록을 전달받지 않았음에도, 같은 목록으로 지적받은 힐스버러카운티 교육청 사례를 보고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이 사실은 <올랜도 센티널>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탬파베이 힐스버러카운티 공립학교가 플로리다 법무장관 제임스 우스마이어와 교육감 매니 디아스 주니어로부터 각각 서한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학교에 '부적절한 도서'가 있다며 제거를 명령했고, 서한에는 '시티즌스 디펜딩 프리덤(Citizens Defending Freedom)'이라는 보수 성향 단체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50여 권의 책 목록이 첨부됐다.

이후 다른 교육청들도 이 목록을 입수해 자체 도서 검열에 나섰다. 오렌지카운티 교육청은 이사회에서 13권의 책을 제거하기로 결정했는데, 그중 6권은 이미 이전에 검토 후 유지하기로 한 책들이었다.

제거된 책 목록은 '포에버(Forever)', '라스트 나잇 앳 더 텔레그래프 클럽(Last Night at the Telegraph Club)', '포에버 포 어 이어(Forever for a Year)', '앤드 데이 리브드(And They Lived...)', '홈고잉(Homegoing)', '레드 후드(Red Hood)' 등이다.

오시올라카운티 교육청도 같은 목록 중 14권을 제거했으며, <올랜도 센티널>은 이 같은 조치가 플로리다 전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법적 기준도 안 맞아…지역 교육청 권한 무시” 내부 반발도

오렌지카운티 교육청 법률고문 존 팔메리니는 "이 책들이 법률상 외설로 정의되지는 않지만, 주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남겨두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감 마리아 바스케스는 "힐스버러에 가해진 압박을 보면서, 우리도 책을 제거하지 않으면 비슷한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교육청 이사회 내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지역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사 앤지 갈로는 "이번 목록은 적법한 도서 검토 절차를 무시하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멜리사 버드(Melissa Byrd) 이사는 "정치적 논란으로 인해 실제 학생들에게 거의 영향이 없는 문제에 너무 많은 시간과 예산이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플로리다 프리덤 투 리드 프로젝트(Florida Freedom to Read Project)'의 공동대표 스테파나 퍼렐은 "'이건 단지 책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사회가 원하는 교육 시스템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번 조치는 사실상 자기 검열을 유도하는 구조이며, 플로리다 전역의 교육청들이 동일한 길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렌지카운티 교육청은 이미 지난 2023~24학년도에만 약 675권의 책을 제거했다. 이는 플로리다 주법상 '성적 행위(sexual conduct)'와 관련된 콘텐츠 금지 규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