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에서 정족수 미달로 개헌 부결…한국 예장합동과 비슷한 행보

(뉴욕=미주뉴스앤조이) 양재영 기자 = 미국 최대 개신교 교단인 남침례회(Southern Baptist Convention, SBC)가 여성의 목회 참여를 전면 차단하려는 헌법 개정을 시도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하지만, 이 안건이 61% 찬성에 머물며, 2/3 통과 요건을 넘지 못해 통과되지 못했다.

개정안은 단순히 담임목사만이 아니라, ‘어린이 목사’나 ‘찬양 목사’ 같은 부서 담당 목사직에도 여성은 불가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총회에 참석한 한 목회자는 “여성 목회자들과 평신도 여성들이 ‘부르심은 성별로 나뉘지 않는다’며 강하게 항의했다”며 “총회의 개헌 시도에 일부 여성들은 눈물을 흘리며 회의장을 떠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 시도는 남가주 초대형교회인 새들백교회(Saddleback Church)와의 갈등이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들백교회는 2021년부터 여성 부목사를 임명하며, “성경적 리더십은 다양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SBC는 2023년 새들백교회를 교단에서 제명했고, 이 사건은 여성 안수 문제를 중심으로 한 SBC 내 분열의 상징이 되었다.

남침례회는 2000년 개정된 신앙고백서(Baptist Faith and Message)에서 ‘목사의 직분은 남자에게만 허락된다’는 조항을 명문화했으며, 이후 여성 안수 불허는 교단 정체성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예장합동) 역시 여성 목사 안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SBC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예장합동에서 여성은 전도사로 교육과 봉사 사역만 가능하고, 설교나 성례 집례는 금지된다. 지난 20여 년간 관련 청원은 반복되었지만, 총회는 대부분 안건을 폐기하거나 심의 없이 부결시켰다. 교단 내에서는 ‘여성 안수는 성경 질서를 위배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총회에서 여성 강도사 인정을 허용하는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여성의 교회 사역 참여를 일부 인정한 조치로, 여성 목사 안수는 여전히 금지된 상태다.

한 목회자는 “강도사 인정은 예장합동 내에서 여성 사역자의 역할 확대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강효숙 박사의 주장처럼 여성은 단순 조력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동등한 사역자라는 인식을 교단이 인정하는 그날까지 계속해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SBC와 예장합동은 모두 ‘성경적 원칙’을 근거로 여성 안수를 반대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세대 간 갈등과 다양한 해석이 충돌하고 있다. 미국 SBC는 여성 목사의 존재 자체를 헌법에 금지하려는 시도까지 했고, 예장합동의 지도부들은 여전히 공식 논의조차 꺼리며 사실상 봉쇄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미 동부지역의 한 목회자는 “여성 목회자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여성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2033년 세계 복음화 2000주년을 앞두고, 교회는 이 부르심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본보 제휴 <미주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