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고율 관세가 세계 성장 둔화 초래… "무역정책 진로 수정 시급"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미국의 무역 정책이 국제 교역을 교란시키고 전 세계적인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생활 수준 유지를 위해 '무역 정책의 진로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은행은 2025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1월 제시한 2.7%보다 낮고, 2024년 기록한 2.8%보다도 둔화된 수치다. 특히 1960년대 이후 가장 약한 10년간의 성장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빈곤국가들의 경제 발전은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

무역장벽 절반으로 줄이면 세계 성장률 0.2%p↑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는 또다시 혼란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신속한 진로 수정을 하지 않으면 생활 수준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미국은 올해 전면적인 10% 수입관세와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50% 관세를 도입했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 한때 145%까지 관세를 인상했다가 협상을 위해 일부 완화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평균 유효 관세율은 10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현재 런던에서 무역협상을 진행 중이다. 양국은 최근 몇 달 동안 첨단 기술과 군사 응용에 필수적인 품목들에 대한 수출 통제를 상호 강화해왔다. 지난달 양국이 잠정 합의했던 무역 휴전은 현재 흔들리고 있으며, 이번 협상은 긴장 재확산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세계은행은 전 세계적으로 관세율을 절반으로 줄일 경우, 향후 2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이 0.2%포인트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높은 관세율을 유지 중인 개발도상국들도 무역장벽을 낮춰야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협력이야말로 모든 대안들 중에서 가장 나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선진국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도 팬데믹 이후 손실을 만회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성장률 전망 대폭 하향…중국은 비교적 안정

세계은행은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1.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4년 기록한 2.8%에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며, 1월 예상치보다도 거의 1%포인트 낮다. 보고서는 "무역장벽 상승, 불확실성 확대, 금융시장 변동성 급증이 소비•무역•투자를 모두 위축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우, 2025년 성장률은 4.5%로 예상됐다. 이는 기존 전망과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미국 관세로 인해 수출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응해 중국 정부의 재정 지원이 소비와 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중국은 5월 미국으로의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34% 이상 감소해, 2020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중국 측의 협상 참여 유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1960년대 이후 최악의 10년 우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미노 리스크가 진행 중”이라며, 미국의 불확실•민족주의적 무역정책이 세계 신뢰를 크게 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성장률 전망치(2.3%)는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며, 개발도상국의 1인당 GDP는 2027년까지 팬데믹 이전 대비 6% 낮은 수준이 될 것이란 경고도 덧붙였다

< 워싱턴포스트>는 “세계은행이 미국 상품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높은 관세에 대해 트럼프의 불만을 지지했다”라면서도 미국•중국 양측의 관세전쟁이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세계은행 보고서를 바탕으로 “미국발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향후 수년간 글로벌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며, 현재의 2020년대 성장률은 2.5%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세계 경제가) 1960년대 이후 최악의 10년이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