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 '스위티' 등 '엘더스피크', 요양시설서 가장 많이 사용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노인을 마치 아기처럼 취급하는 '아기 말투'가 오히려 그들을 위축시키고 돌봄 거부 행동까지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흥미를 끌고 있다. 참고로 아기 말투 영어 표현은 '엘더스피크(elderspeak)'이다. 엘더스피크에는 '허니(honey 자기야 혹은 여보)' '디어리(dearie 달링)' '스위티(sweetie 귀염둥이)' 같은 부적절한 애칭이 포함된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카이저패밀리재단(Kff) 헬스뉴스는 '엘더스피크'에 대한 연구와 현장 사례들을 전했다.

우선 캘리포니아 주민인 신디 스미스의 경험담이다. 스미스는 최근 요양 아파트에 사는 아버지를 방문했다. 당시 한 간병인은 아버지에게 "내가 도와줄게요, 자기(스윗하트)"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다소 싸늘한 표정으로 간병인에게 '우리 결혼이라도 하는 거야?”라고 말했다고 스미스는 회상했다.

당시 그녀의 아버지는 은퇴한 카운티 계획가이자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로 92세였으며, 황반변성으로 시력이 저하되어 보행기를 사용했지만 인지능력은 여전히 선명했다.스미스는 “아버지는 자신이 어른이라는 느낌을 잃지 않았으나 항상 어른처럼 대접받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엘더스피크에는 부적절한 애칭 외에도 복수 대명사 사용, 과도한 음성 강조, 짧고 단순한 문장, 느리고 과장된 어투 등이 포함된다.

돌봄 제공자들은 "우리 목욕할 시간이네요" 같은 복수형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노인이 독립적인 개인으로 행동할 수 없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지금 점심 먹을 시간이에요. 그렇지요?"처럼 반문형 문장은 상대방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효과를 낸다.

때로는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문장을 짧게 하고 말 속도를 느리게 하는 등의 방식도 사용된다. "응가", "잠옷"처럼 유아에게나 쓰는 단어도 사용한다.

매체는 엘더스피크의 대부분은 악의 없이 사용되지만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반영된다고 전했다.

캔자스대학교 간호대학의 노인학자인 크리스틴 윌리엄스는 “노인들은 통제적이고 다소 거만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야’, ‘얘야’, '귀염둥이'라는 표현으로 그 메시지를 부드럽게 표현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윌리엄스는 “대화 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결국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덧붙였다.

아이오와대학교 간호대학의 치매 돌봄 연구자 클라리사 쇼는 엘더스피크가 노인이 약하고 무능하며 의존적이라는 연령 차별적 가정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요양시설 대화 84%에서 엘더스피크 사용

매체에 따르면 윌리엄스와 쇼 박사 연구팀이 요양시설 내 치매 환자와 간병인 간 상호작용 80건을 영상으로 분석한 결과, 84%에서 엘더스피크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경우 간병인들은 선의에서 그렇게 말하지만, 그 말투가 오히려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치매 환자의 경우 엘더스피크에 노출되면 돌봄 거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개를 돌리거나 울거나 거절할 수 있다. 음식을 먹이려 할 때 입을 꼭 다물거나, 간병인을 밀치거나 때리는 경우도 있다"고 윌리엄스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챗(CHAT·Changing Talk)'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1시간 분량의 세션 3개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실제 간병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엘더스피크를 줄일 수 있는 교육을 한다.

챗 프로그램을 시행한 캔자스와 미주리의 요양원 13곳에서는 엘더스피크 비율이 약 35%에서 20%로 줄었다. 환자의 돌봄 거부 행동도 약 36%에서 20%로 감소했다.

현재 연구팀은 챗 프로그램을 온라인 버전으로 간소화해 미국 전역 약 200곳의 요양시설에서 그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대화를 통해 조율하는 자세, 진정한 존중 필요

엘더스피크는 반드시 요양시설에만 국한되지 않고 가족, 의료기관, 일상 속에서도 마주칠 수 있다. 오하이오주의 홈케어 기업 대표 캐슬린 카모디는 "고객이 먼저 '이름으로 불러주세요'라고 요청하지 않는 이상, 직원들은 '미스터', '미세스' 등으로 정중하게 호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와이에 사는 심리학자 캐롤 페이는 클리블랜드 근교 요양시설에서 어머니가 '스위티', '허니베이비'로 불리고 머리가 두 갈래로 묶인 모습을 보고 분노했지만, 보복이 두려워 따지지 못하고 어머니를 다른 시설로 옮겼다. 매체는 이같은 불편한 상황에서는 대립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으며 "환자 자신(혹은 보호자)이 어떤 호칭을 원하는 지 정중하게 말할 수 있다"는 쇼 박사의 조언을 전했다.

문화적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콜롬비아 출신의 필리페 아구델로 교수는 "우리 문화에선 애칭이 지적 능력 저평가가 아니라 애정 표현일 수 있다"라며, "그러나 대화를 통해 조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