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경제 회복•외교 재정립 등 과제 산적" 지적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뉴욕 타임스(NYT), 워싱턴 포스트(WP),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025년 6월 3일(현지 시간) 치러진 대한민국 조기 대선에서 압승하며 4일 제21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게 된 사실을 긴급 뉴스로 다루었다.

외신들은 작년 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국회 탄핵 소추안 통과 이후 발생한 6개월간의 정치적 혼란을 마무리짓는 결과로, 유권자들은 극심한 분열과 위기의 끝에서 새로운 리더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선은 예정보다 2년 앞당겨진 조기 선거로, 윤 전 대통령의 헌정질서 파괴 시도에 대한 국민의 강력한 반응과 헌법기관의 대응이 만들어낸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NYT, 분열의 정치 끝에 등장한 '강력한 대통령'

뉴욕타임스는 이재명 대통령이 형사 기소, 흉기 피습, 정치적 탄압 등 여러 위기를 견디고 대통령직에 올랐다며 "한국에서 최근 수십 년 사이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닌 대통령 중 한 명"으로 평가했다. 민주당이 국회 과반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강력한 입법 추진력까지 확보한 상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며 계엄령을 선포했지만, 시민들의 대규모 저항과 국회의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다. 이후 혼란 속에 두 명의 대통령 권한대행이 연이어 탄핵되는 상황까지 벌어졌고, 국민의힘은 후보 지명을 둘러싼 내분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BBC는 "이번 대선은 민주주의가 무너졌다고 느낀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결과"이고, 로이터 통신도 "분노한 유권자의 물결"이 선거의 결말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그의 정책 능력에 대한 신뢰보다는 윤석열 정권과 여당에 대한 심판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뒀다.

경제 충격과 외교 갈등… 실용주의 리더십 시험대 올라

워싱턴 포스트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 위기, 외교 갈등, 정치적 양극화라는 3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OECD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로 하향 조정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한국의 철강, 자동차, 전자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필요하다면 트럼프 다리 밑이라도 기어들어가겠다"라며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천명했고, "하지만 나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다"라며 협상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로이터는 이 대통령이 관세 협상 연기 요청과 동시에 추가경정예산 편성, 소상공인 바우처 지급, 노인 돌봄 강화,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경기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정책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중국과의 관계는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 대해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하며, 무리한 관계 개선은 지양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과는 군사 핫라인 복원과 2018년 군사합의 재개 등을 통해 긴장 완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법적 리스크와 정치 보복 우려… 갈등의 불씨 여전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 총 5건의 형사 재판에 연루돼 있다. 2022년 대선 당시 허위 발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대장동 개발 특혜, 대북 송금, 공금 유용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AP통신은 이 대통령의 법적 리스크가 향후 국정의 지속 가능성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84조는 현직 대통령의 기소를 제한하고 있지만, 이미 개시된 재판의 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법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 재임 중 재판을 중단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보수 진영은 이를 '정치 방패'로 규정하고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윤석열 정권 시절 계엄령 시도에 관여한 세력에 대해 "반드시 찾아내 책임을 묻겠다"라고 밝히며 보수 진영과의 갈등 가능성을 남겨뒀다. NYT는 이를 두고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정치보복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빈곤과 절망의 서사에서 시작된 정치 인생

한편 AP통신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사는 많은 유권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소개했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공장에서 일하던 중 프레스기 사고로 장애를 입었으며, 자살 시도까지 겪었던 극한의 빈곤을 경험했다. 그러나 검정고시로 학력을 인정받고 중앙대 법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해 인권 변호사가 됐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며 강한 개혁 성향을 드러냈고, 사드 배치 반대, 기본소득 주장 등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AP통신은 이재명의 삶이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갈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이제 이 대통령은 정치적 양극화와 국민의 불신, 복합적인 경제•외교•법적 위기 속에서 실용적 리더십을 통해 실질적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 연설에서 "국민이 부여한 위대한 책임과 사명을 다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갈등의 한가운데서 집권한 그는 이제 통합의 리더로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유능함을 증명해야 할 시험대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