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복에도 매수자 실종… 매도자 고집에 시장 정체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올해초 미국 주택 시장에는 회복의 조짐이 보였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경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모기지 금리도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4월 기준으로는 2020년 1월 이후 가장 많은 매물이 시장에 나왔다. 구매자들이 다시 시장에 뛰어들고, 판매자와의 협상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광범위한 글로벌 무역 관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증시와 채권시장이 동요했고,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모기지 금리는 다시 급등하여, 5월 29일 기준 30년 고정 금리는 6.89%에 도달했다. 이는 2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레드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대릴 페어웨더는 "지금은 집을 사야 할 절박함이 없다. 오히려 6개월 후에도 직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집에 초기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더 위험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거래 감소와 매수자 불안

미국 부동산 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내 주택 거래량은 199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2025년 역시 그보다 더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5년 4월, 기존 주택 판매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2% 감소했으며, 중간 판매 가격은 1.8% 상승했다. 이는 22개월 연속으로 전년 대비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매수자는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레드핀에 따르면, 4월에는 매수자보다 약 50만 명 더 많은 매도자가 있었고, 이는 201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같은 달, 전체 거래 중 약 14.3%에 해당하는 5만 6천 건 이상의 계약이 취소되었으며, 이는 시장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텍사스 오스틴처럼 공급이 많은 지역에서도 시장은 정체되어 있다. 오스틴 부동산 협회의 다중 리스팅 서비스인 Unlock MLS에 따르면, 이 지역의 중간 판매 가격은 2022년 4월 최고점에서 18% 하락했지만,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 팬데믹 이후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오스틴 지역에는 10만 2천 채의 단독 주택이 새로 지어졌지만, 매수자들은 여전히 시장을 고평가된 상태로 인식하고 있다.

오스틴의 부동산 중개인 에릭 브램렛은 "매도자들이 판매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에 고집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태"라고 표현했다. 브램렛은 "매물이 늘었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다"는 코탈리티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셀마 헵의 분석도 덧붙였다.

뉴저지주 메이플우드와 같은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예전 같으면 12개의 오퍼가 들어오던 집들이 이제는 2~3개에 그치고 있다. 이는 구매 수요가 감소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서버니아주 루이스버그에 사는 리아와 제시 존스 부부는 6개월 간 세 번째 침실이 있는 주택을 찾았지만, 현금 구매자에게 밀리거나 판매자가 가격 인하를 거부해 결국 구매를 포기했다. 임상영양사인 리아 존스(45)는 "이제는 집을 소유하는 것이 진정한 부유층만 누릴 수 있는 특권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낮은 이자율의 '잠금 효과'와 공급 부족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매도자들은 가격 인하에 소극적이다. 'Journal of Financ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약 60%가 4% 미만의 모기지 금리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을 팔 경우, 낮은 금리를 포기하고 훨씬 높은 이율로 재구입해야 한다. 이 현상을 와튼스쿨의 재무학 조교수 루 리우는 "전례 없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주택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 건설이 부족했으며, 이는 전체 공급을 억제하고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구조적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루 리우 교수는 "만병통치약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 주택 시장이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레드핀은 2025년 말까지 전국 평균 주택 가격이 약 1%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모기지 금리의 안정과 경제의 회복 없이는, 이른 시일 내에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