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시도·우울증…목회자 정신 건강, 교계의 시급한 과제로 부상

(뉴욕=미주뉴스앤조이) 양재영 기자 = 목회자의 정신 건강 문제가 미국 교계의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몇몇 목회자의 자살 시도와 임상적 우울증 진단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교회 안에서 금기시되어온 ‘정신 질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미국의 언론은 최근 정신 건강 위기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목회자 사례를 소개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 아이오와주의 한 가톨릭 사제가 사제관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같은 해 4월에는 아이다호주의 복음주의 목회자가 자택 인근 산에서 생을 마감했다. 앨라배마주에서는 지역 시장이자 목회자였던 인물이 온라인상 사생활 노출 이후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미국 교계는 이제 목회자의 정신 건강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회 내에서 정신 건강에 대한 담론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외부 전문기관과 협력하여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이프웨이 리서치(LifeWay 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개신교 목회자의 4명 중 1명(26%)이 개인적으로 정신 질환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17%는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았으며, 9%는 비공식적으로 증상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특히 45세 미만 젊은 목회자들의 경우, 37%가 정신 질환을 경험했다고 응답해 연령대별 격차도 드러났다.

목회자가 겪는 정신적 고통 가운데 가장 많이 보고된 증상은 ‘스트레스’(63%)였다. 이어 ‘낙담’(48%), ‘산만함’(48%), ‘외로움 또는 우정 부족’(28%), ‘우울증’(18%), ‘사역에 대한 만족감 부족’(17%) 순으로 나타났다.

정신 질환은 여전히 교회 안에서 ‘말하기 어려운’ 주제로 남아 있다. 조사에 따르면 정신 질환 문제를 겪는 교인을 돕기 위한 계획을 갖춘 교회는 전체의 27%에 불과하다. 전문 상담사나 관련 사역팀을 두고 있는 교회는 더욱 드물다. 그러나 목회자의 89%는 “교회가 정신 질환을 겪는 이들과 그 가족을 돕는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988 자살·위기 대응 핫라인(988 Suicide & Crisis Lifeline)’ 같은 긴급 대응 체계에 대한 안내도 시급하다”며 “이 번호는 누구나 정신적 위기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수단으로, 교회와 목회자들이 숙지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조지아주 코빙턴에서는 목회자의 번아웃과 우울증을 주제로 한 포럼이 열리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목회자 간의 연대와 개방적인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신 건강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목회자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다”라며, “교회는 목회자에게도 회복과 치유가 필요한 인간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실질적인 돌봄과 지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보 제휴 <미주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