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샌티스가 먼저 했던 정책들, 트럼프가 이어 받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교육 정책이 점점 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정책을 닮아가고 있다고 지난 21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지난해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는 디샌티스를 압도했지만, 교육 분야에서만큼은 디샌티스가 선도자라는 것이다.

이 매체는 보수 진영이 추진해온 교육 개혁의 중심에 있던 디샌티스의 모델을 몇가지 소개하며 이들 모델이 이제 연방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대법원은 종교적 이유로 부모가 학교 수업을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플로리다는 이미 부모에게 일부 수업을 선택적으로 제외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양성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학교나 대학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애국 교육'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이 역시 디샌티스가 앞서 추진한 바 있다.

텍사스 공화당은 대규모 사립학교 선택권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연방 의회 공화당 지도부도 사립학교 등록금 및 홈스쿨링에 연방 예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플로리다는 바우처를 이용해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가 가장 많은 주다.

트럼프는 3월 교육부 폐지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디샌티스를 초청했고, 이는 일종의 화해 신호이자 그의 정책 리더십에 대한 인정으로 해석됐다.

교육 전쟁의 중심은 주정부, 연방정부의 한계

그러나 매체는 교육 전쟁에서 연방정부의 한계를 지적하고, 실질적인 변화는 주정부에서 일어날 것이라 진단했다.

실제로 연방 차원에서 교육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트럼프는 하버드와 컬럼비아 등 대학에 다양성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좌파 성향의 학과에 외부 감사를 요구했지만 법적 권한은 제한적이다. 컬럼비아는 일부 요구에 응했지만, 하버드는 이를 거부하고 소송에 나섰다.

반면 디샌티스는 플로리다의 뉴칼리지(New College of Florida)를 직접 개혁했다. 그는 다양성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젠더학 과를 없애는 등 극단적인 조치를 단기간에 시행했다. 일부 교수들은 학교를 떠났고, 운동선수 중심으로 신입생을 모집했다.

리처드 코커런 전 플로리다 교육감은 "디샌티스는 기존 보수 교육 개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며, 교육 정책이 지방정부 중심으로 움직이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내 K-12 공교육에서 연방정부의 예산 비중은 10% 미만이며, 교육 과정이나 교수법을 강제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제한돼 있다. 대부분의 권한은 주정부가 갖고 있다.

디샌티스는 이 점을 활용해 빠르게 교육 제도를 재편했다. 2023년 그는 가계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교육 저축 계좌(ESA)를 제공하는 법안에 서명했고, 이로 인해 세금으로 사립학교, 가상 수업, 홈스쿨링이 지원될 수 있게 됐다.

또한 공립학교에서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미국 역사 관련 수업 내용을 제한했고, 초기 학년에서는 LGBTQ+ 관련 주제를 금지했다. 교사들은 보수적 민주시민 교육에 참여하면 3000달러 보너스를 받을 수 있었고, 트랜스젠더 학생을 지지하는 교사는 해고될 수 있었다.

연방 차원의 변화 가능성, 대법원이 열쇠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가 추진하는 교육 개혁은 아직 연방법원의 제동에 직면하고 있다. 일부 연방 판사들은 다양성·형평성·포용(DEI) 관련 정책을 명확한 정의 없이 금지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소송들은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대법원은 메릴랜드주의 학부모들이 LGBTQ+ 주제를 다룬 동화책 읽기를 종교적 이유로 거부할 권리를 요구한 사건을 심리했다. 이들은 생물 수업에서의 진화론 등도 거부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교사 노조나 진보 단체들은 디샌티스의 정책에 대한 저항에 실패했으며, 트럼프의 정책에 대해서는 일부 법적 대응에 성공했다. 하지만 교육 권한이 주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변화는 여전히 주정부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맘스 포 리버티’ 창립자 티파니 저스티스는 최근 단체를 떠나 헤리티지 재단에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며 “이제 행동은 주 차원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