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과실 피해자 유족의 고통·정신적 피해 배상 청구 불가 유지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 29일 일명 '프리 킬(free kill)' 법으로 불리는 주의 의료 과실 관련 법을 폐지하는 법안에 공식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법은 25세 이상 미혼자가 의료 과실로 사망할 경우, 유족이 정신적 피해나 고통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플로리다는 미 전국에서 이러한 제약이 있는 유일한 주다.

29일 <마이애미선센티널> 보도에 따르면 해당 폐지 법안은 이번 회기 중 상하원에서 모두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다. 또한 유족 수십 명이 출석해 증언을 하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지만, 디샌티스는 포트마이어스 병원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거부 의사를 다시 한 번 명확히 했다.

디샌티스는 "소송 문이 열리면 변호사들은 정당한 의료 행위에도 비용 부담을 이유로 소송을 걸 가능성이 크다"라며 "과실이 없어도 방어 비용 때문에 합의를 택해야 하는 일이 생기며, 이는 우리 경제와 사회에 비용을 부과한다"라고 말했다.

또 주지사는 법 폐지가 의료 과실 보험료를 높이고, 현재 심각한 의사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플로리다에서 의료 인력 유치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현재 플로리다가 미국 내 최고 수준의 의료 과실 보험료를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지사는 경제적 손해(장례비, 병원비 등)에 대한 소송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이번 법안이 고통 및 정신적 피해 등 비경제적 손해에 대한 배상 한도를 명시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주 의회, 거부권 무효화 시도…유족 및 변호사들 지속적인 반발 예고

매체에 따르면 의료 과실 피해자 유족들은 8년째 이 법의 폐지를 요구해왔다. 플로리다 의료 권리 협회 공동 설립자인 멜로디 페이지는 "우리는 여전히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며, "이번에 거부권을 무효화하지 못하더라도 다음 회기에 다시 폐지 법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병원이 기업 소유다. 인력비 투입, 환자 안전, 전문성 강화에 더 투자했다면 보험료도 낮아졌을 것"이라고 페이지는 지적했다.

웨스트팜비치의 의료 과실 전문 변호사 조던 덜시는 "의사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변호사뿐"이라며, "의사 징계 시스템이 부실한 현 상황에서 이 법의 폐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리 헬스(Lee Health)의 대표 래리 안토누치 박사는 주지사의 입장에 동의하며, "법안이 시행되면 의사 유치가 어려워지고 응급의료 시스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안 발의자 중 한 명인 공화당 하원의원 다나 트라불시는 "결국 이 논의는 '정의'라는 단어 하나로 귀결된다. 성인이고 부양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법적으로 생명의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법적 허점이 아니라 도덕적 실패"라고 지적했다.

피해자 유족 중 한 명인 메리 조 케인 라이스는 "93%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그녀는 주 의회 의원들과 만나 거부권 무효화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