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자발적 출국 유도 정책에 현지 이민자 반발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불법으로 체류 중인 이민자들에게 자발적으로 출국할 경우 1000달러를 지급하는 '프로젝트 홈커밍(Project Homecoming)'을 시행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4일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은 바이든 행정부 당시 이민 신청 관리에 사용되던 CBP One 앱을 'CBP 홈(CBP Home)'으로 개편해, 자발적 출국을 신청하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에 따르면 이 앱을 통해 출국을 신청하는 비시민권자는 여행 지원과 함께 1000달러를 받을 수 있으며, 이민세관단속국(ICE)으로부터의 체포나 강제추방 우선순위에서도 제외된다고 밝혔다.

<에이피 통신>은 이 프로그램의 첫 자발적 출국 사례로 온두라스와 콜롬비아 출신 이민자 수십 명이 미국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이들에게는 현금 외에도 "향후 미국에 합법적으로 재입국할 가능성"이 주어질 수 있다고 DHS는 설명했다.

"1000달러로는 삶을 바꿀 수 없다"

탬파에 거주하는 쿠바 출신 유스미에르 메사(42)는 5년 전 I-220A라는 서류를 받은 뒤로 미국에서 체류 중이다. 그는 "사업이 있고 쿠바는 위험하다. 나에게는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이 제안은 아무 옵션이 없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탬파베이 타임스>에 말했다. 현재 그는 트럭 두 대를 보유한 운송 회사를 운영 중이다.

베네수엘라 언론인이었던 에르난 루고-갈리시아(57)는 2017년 베네수엘라 정권의 위협을 피해 미국에 왔다. 그는 “우리가 미국에 온 것은 돈이 아니라 자유를 위해서였다”라며, "1000달러는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발렌티나 로드리게스 마르틴(46)은 2016년 망명을 신청하고 여전히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건 최근에 도착해 생존이 어려운 사람들을 겨냥한 전략"이라며, "1000달러는 단지 비행기표 한 장일 뿐이다"라고 평가했다.

브랜던에서 아이티 식당 '크레욜 딜라이트'를 운영하는 루실 오스카(42)는 16세 때 미국에 와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는 "이건 좋은 거래도 아니고 좋은 아이디어도 아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모욕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오스카는 다섯 자녀를 부양하며 두 개의 식당을 운영 중이다.

리버뷰의 인도 음식점 '사프론 익스프레스'의 주인 수니타 체다(53)도 "이민자들의 삶에 가격표를 붙이는 느낌"이라며, "우리는 여기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 “비용 절감 논리, 인간 존엄 무시”

이들은 공통적으로 "우리는 이 나라에서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일하고 있다"며, "1000달러로 삶을 포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는 자진출국 프로그램이 강제추방보다 약 70% 저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인권단체는 이 프로그램이 경제 논리에 기반해 인간 존엄성과 이민자의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아드리아노 에스파이야트 하원의원은 <워싱턴 포스트>에 "우리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떠나라고 하지 않는다.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