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5000만 달러에 정치적 조건 포함... 디샌티스 정책 이행 여부가 기준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대학교(UF)가 차기 총장으로 내정한 산타 오노 박사의 연간 300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서에 정치적 조건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마이애미 헤럴드>와 <탬파베이 타임스>에 따르면, 오노 박사의 성과 평가 기준에는 학생 성공률, 연구 실적 외에 주정부 산하 ‘정부 효율성 사무국(Florida DOGE)’과의 협력 여부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 지출 차단 노력이 포함된다.

계약서 부록에 명시된 ‘핵심 지표’에 따르면, 오노는 DEI 예산 사용을 방지하고, 플로리다주 고등교육 정책에 부합하는 인사(교무처장과 학장 등)를 임명하며,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낮은’ 과목을 커리큘럼에서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조지 메이슨대학교의 제임스 핑켈스타인 교수는 "이러한 정치적 지침이 총장 계약에 포함된 것은 이례적이며, 사실상 '충성 서약'이다"라고 마이애미 헤럴드에 말했다. 그는 명확한 정량적 기준이 없는 데다 해당 조항이 계약서 끝에 조용히 첨부된 점이 정치적 감독을 제도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DEI 지지자에서 반대 입장으로 선회

오노 박사는 미시간대학교 총장 시절 DEI 프로그램의 적극적인 옹호자였다. 그는 ‘DEI 2.0’ 계획을 발표하고 다양성 사무국을 주도하며 학계에서 DEI 운동의 중심 인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탬파베이 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비판과 예산 압박 속에서 2025년 3월 해당 사무국을 폐쇄했다.

플로리다대 총장 후보로 지명된 직후인 5월 4일, 그는 DEI에 대해 “비용이 많이 들고, 분열을 초래하며, 종종 역효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UF 이사회와의 면담에서는 “플로리다의 고등교육 비전은 이념적 편향에서 벗어나 학생의 성공과 민주주의 강화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마이애미 헤럴드>는 보수 진영 일각에서 오노 박사를 “DEI를 지지하던 좌파적 인물이 공화당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입장을 바꾼 기회주의자”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노 박사의 계약에는 UF 의과대학 안과학과의 종신 교수직 보장이 포함돼 있으며, 퇴임 후에도 최고 연봉 교수와 동등한 급여를 받게 된다. 그러나 전임 총장 벤 새스와 비교하면 가족 학비 지원이나 여행 경비 보장 등 일부 혜택은 제외됐다. 대신 그는 반드시 캠퍼스 내 대통령 관저에 거주해야 한다. 이는 그가 미시간대 재임 시절 캠퍼스에서 40마일 떨어진 곳에 집을 구입해 논란이 됐던 전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UF 이사회는 오노 박사의 임명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플로리다 주립대학 시스템을 관리하는 플로리다 이사회(Board of Governors)는 6월 4일 그의 임명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마이애미 헤럴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정치적 충성도를 공개적으로 검증받는 자리가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