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임시 체류 프로그램 무효화…캐나다 이주도 쉽지 않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인도적 사유로 합법 입국한 이민자들이 추방 위기에 몰렸다. <뉴욕 타임스>는 1일 수만 명이 캐나다 이주를 고려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은 없다고 보도했다.

대법원은 지난 30일, 2022년과 2023년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인도적 임시 체류 프로그램 수혜자들의 법적 지위를 트럼프 행정부가 철회할 수 있도록 판결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쿠바, 아이티,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에게 최대 2년간 미국 체류를 허용했다.

보스턴 지역 난민 단체인 '인터내셔널 인스티튜트 오브 뉴잉글랜드'의 제프리 틸먼 대표는 <뉴욕 타임스>에 “이들은 지금 어디로 갈지 고민 중”이라며, “아이티로 돌아갈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아이티는 현재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포함해 갱단이 장악하고 있어, 약 100만 명이 피란을 떠났고 수십만 명이 임시 쉼터에 머무르고 있다.

아이티계 간호사 조한 슈브랭(46)은 뉴저지주 어빙턴의 식당에서 “불법으로 온 것이 아닌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하냐”라고 탄식했다.

“비즈니스도, 삶도 무너지고 있다”

이민자 커뮤니티가 집중된 어빙턴에서 커튼 가게를 운영하는 마리 장프랑수아(45)는 “거리에 나서는 것도 꺼리는 분위기”라며 “내 가게도 문을 닫게 될까 걱정된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캐나다 몬트리올로의 이주를 고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캐나다 국경관리국에 따르면 망명 신청은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메인 이민자 권리연합의 무팔로 치탐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 때 캐나다로 넘어갔다가 추방되거나 억류된 사례가 있다”며 국경 월경 시도를 자제하라고 조언했다.

니카라과 출신 난민 지원 단체 '아부에니카' 자원봉사자 더글라스 로스만은 “이민자들은 미국에서 자동차나 주택을 구입하며 정착한 상태”라며 “당장 공항으로 갈 수는 없다”고 했다.

아이티계 부동산 중개인 칼-헨리 조셉은 “은행들이 비자 연장 가능성을 우려해 대출 승인을 꺼리고 있다”며 “주택 거래가 무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프로그램으로 50만 명 이상의 이민자가 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했다. 이들은 배경 조사와 후원자 확보를 거쳐 입국했지만, 일부만이 더 영구적인 체류 자격을 신청한 상태다.

국토안보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로 불법 체류자에 대한 추방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프로그램이 “부실 심사로 범죄와 일자리 경쟁을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인디애나 아이티인협회의 르옹스 장밥티스트 대표는 “이들은 미국에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직장을 얻으며 정착했지만, 이제는 자진 귀국하거나 ICE에 체포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이티의 상황은 지금까지 중 최악이다. 선택지가 없다.”

보스턴의 IT업계 종사자 네슬리 피에르는 “일부는 10마일 이상 멀리 가는 것도 두려워한다”고 했고, 오하이오 스프링필드의 커뮤니티 리더 빌스 도르상빌은 “월급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이들이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 시의회 의장이자 첫 아이티계 미국인 루치 루이전은 “많은 아이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고 크레올어는 잊었다”며 “이제 이곳이 더 이상 이들의 집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