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침례교의 20년간 구조적 침체 겪어…비교단 25% 이상으로 성장

(뉴욕=미주뉴스앤조이) 양재영 목사 = 미국 최대 개신교 교단인 남침례교(Southern Baptist Convention, 이하 SBC)의 쇠퇴는 더 이상 통계의 문제가 아니다. 심지에 일각에서는 교단의 존재 이유를 묻는 질문도 제기되고 있다.

SBC는 지난 20년 가까이 회원 수가 줄어드는 구조적 침체를 겪고 있다.

2006년부터 2024년까지 18년 연속으로 감소세를 이어왔고, 주간 예배 참석률 역시 같은 기간 3%p 하락했다(37%→34%).

문제는 단지 인원 감소가 아니다. SBC가 자랑해왔던 복음 중심의 정체성, 선교 동력, 지방 교회와의 연대성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

SBC 소속의 한 신학자는 "교단의 건강은 곧 지역 교회의 건강을 반영한다"며 "하지만 현재 SBC는 ‘트리아지 리더십(triage leadership)’, 다시 말해 ‘응급처치 수준의 대응’에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교단들도 무너지고 있다

남침례교의 위기는 미국 개신교 전체의 축소판일 뿐이다. 지금 무너지고 있는 것은 SBC라는 한 교단이 아니라, ‘교단’이라는 구조 그 자체다.

연합감리교회(UMC)는 지난 몇 년 간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동성애 이슈를 중심으로 보수와 진보가 격렬하게 충돌했고, 결국 수천 개 교회가 교단을 떠나는 분열로 이어졌다. 2024년에는 아예 새로운 보수 교단인 '글로벌 감리교회(Global Methodist Church)'가 출범했다. 수십 년간 쌓아온 조직과 전통이 정치적 갈등 앞에서 한순간에 무너진 셈이다.

미국장로교(PCUSA)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10년 사이 30% 이상의 교세가 줄었다. 진보적인 노선이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라는 기대는 더 많은 도전을 던져주고 있다. 교회는 줄고, 신학교는 문을 닫고, 교단 본부조차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루터교(ELCA), 미국침례교(ABCUSA), 그리스도연합교회(UCC)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 사회를 이끌던 주류 교단들이 이제는 지역사회에서조차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데올로기로 인한 쇠퇴가 아니다. 이들의 위기속에서 발견된 공통점은 ‘복음의 힘’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교는 멈췄고, 다음 세대는 사라졌으며, 교단 본부는 교회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교단이라는 이름은 남아 있지만, 그 안에 생명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SBC 교단의 한 목회자는 “다음 세대는 사라졌으며, 교단 본부는 교회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교단이라는 이름은 남아 있지만, 그 안에 생명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단 없는 교회 시대’, 신뢰는 어디로 갔나

SBC 쇠퇴의 배경에는 다양한 원인이 지목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교단 차원의 선교 동력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복음 전도와 제자양육이라는 교단의 근본 목적이 흐려지면서, 지역 교회들은 더 이상 교단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그 외에도 △성폭력 은폐 스캔들 △재정 시스템의 와해 △신학적 분열 △전국 단위 기관의 축소 등 내부 문제들이 얽혀 있다.

결국 많은 교회들이 ‘교단 소속’이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실질적 연대보다는 형식적 유대만을 남겨두고 있다.

교단 재정의 중심축인 공동 프로그램(Cooperative Program)도 약화됐다. 주(State) 단위에서 자금을 보존하려는 움직임은 강하지만, 전국적인 선교·신학교·지원 사역은 급격히 축소됐다.

2020년대 미국 개신교의 화두는 단순하다. “교단은 여전히 필요한가?”

독립교단(non-denominational) 교회의 부상은 더 이상 현상이 아닌 구조다. 1980년대만 해도 독립교단 교회는 미국 내 전체 개신교의 5%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25% 이상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교단의 간섭 없이,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다양하게 실험한다. 신학적 정체성이 희미해지는 반면, ‘브랜드’와 ‘비전’이 교회를 이끄는 시대가 되었다.

전문가들은 “남침례교든 연합감리교든, 교단이 살아남기 위한 조건은 동일하다”며 “교단은 느리다. 복잡하다. 그리고 이제는, 신뢰를 잃었다.제도를 위한 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또, “사명을 회복하고, 지역 교회에 실질적 도움을 주며, 젊은 세대와의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한다”며 “그래야 교단은 의미를 가진다. 그렇지 않다면, 교단이라는 형식은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교단이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쇠퇴는 예외가 아니라 예고된 미래가 될 수도 있다. (본보 제휴 <미주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