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을 향한 위험한 항해'… 목숨 걸고 자진 귀국 택한 베네수엘라인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미국행을 포기하고 베네수엘라로 귀국하는 이주민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그 여정은 북상을 향한 길만큼이나 고통스럽고 위험하다.

AP통신에 따르면, 파나마 카리브해 연안에서 약 40명의 베네수엘라인 이주민들이 작은 보트에 올랐다. 이들은 쓰레기봉투에 짐을 싸고, 품에 어린 자녀를 안은 채 떠났다. 목적지는 미국이 아니라 그들이 떠났던 고국, 베네수엘라였다.

26세의 주니어 술바란은 1살배기 딸 사만다 빅토리아를 안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가족과 함께 남미를 수천 킬로미터 걸어 북상했으며, 파나마의 정글 지대인 다리엔 갭도 통과했지만 결국 미국 입국을 포기하고 귀국을 택했다. 그는 "이건 부서진 꿈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주민들은 미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티 노엠의 경고를 들었다. 백악관이 공개한 영상에서 그는 "미국에 불법으로 들어올 생각이라면 아예 하지 마세요. 우리 법을 어긴다면, 반드시 찾아낼 겁니다"라고 단언했다.

자진 귀국 증가…미국 정부의 이민정책 영향

파나마 정부에 따르면, 2025년 1월 이후 1만 명 이상의 베네수엘라인들이 파나마에서 보트를 타고 콜롬비아로 향했다. 이는 전체 수십만 명 규모의 이주민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강경한 이민정책이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 국토안보부 대변인 트리샤 맥로클린은 AP통신에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미국 국경은 닫혀 있다"라며 "이제는 국경에 도달하기도 전에 자발적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자진 출국을 택하면 1000달러를 지급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귀국길도 결코 쉽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라틴아메리카 고문이었던 후안 크루즈는 "그들은 어디서든 갇혀 있는 셈"이라며 "대부분이 빈곤하고 빚을 졌으며, 여권조차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으로 떠났던 자국민을 적대시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술바란 가족은 텍사스에서 멕시코를 거쳐 다시 파나마로 돌아왔다. 그의 아내인 18세 조슬리아크네르 안드라데는 "칠레에서 시작해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를 거쳐 다리엔 정글을 6일간 걸었다"라며 "결국 모든 게 시간과 돈 낭비였어요"라고 말했다.

이들이 도착한 파나마의 콜론 인근 해안에는 수많은 이주민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는 짐을 쓰레기봉투에 싸고, 일부는 자녀를 안고 피로에 찌든 채 바다를 바라보았다. 여성 이주민들은 아이를 안고 바다를 건너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었다.

험난한 여정과 반복되는 이탈

보트 탑승 비용은 1인당 약 300달러이며, 대부분의 이주민들은 거리에서 키링을 팔거나 가족이 고향에서 오토바이를 팔아 그 돈을 마련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보트에 타기 위해선 핑크색 팔찌를 착용해야 하며, 좌석은 따로 없다.

그러나 이 바닷길은 안전하지 않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2025년 2월에는 8세 베네수엘라인 아동이 익사하고, 탑승자 20여 명이 구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술바란 가족이 탑승한 배도 5월 초 엘 포르베니르 섬 인근에서 암초에 부딪혀 멈췄으며, 구조 보트를 기다리는 40분 동안 태양 아래에서 아이 두 명이 구토를 했다.

강아지 밀루를 데려온 26세 알레한드라 로하스는 "강아지도 더위를 못 견뎌 주스를 먹였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아이, 짐, 개까지 배에서 내리고 다시 다른 배로 갈아타야 했다. 8시간 항해 끝에 이들은 콜롬비아 국경 근처의 작은 마을 푸에르토 오발디아에 도착했다.

다시 떠나야 하는 현실

푸에르토 오발디아는 도로조차 없는 오지 마을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이곳에 도착한 이주민들은 다음날 다시 보트를 타고 콜롬비아로 넘어가야 하며, 다리엔 정글의 경계를 넘기 위해 불법 무장세력이 지배하는 지역에서 수십 달러를 내고 땅을 빌려야 한다.

휴먼라이츠워치 미주 국장 후아니타 고에베르투스는 "이 지역은 사실상 범죄조직이 지배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미국에서 파나마, 다시 베네수엘라로 향하는 이 복잡하고 위험한 여정의 목적은 단 하나다. 주니어 술바란은 "9살 난 아들을 데리러 가는 거예요. 가족도 잠깐 보고요. 그러고 나면 다시 떠나야죠"라고 말했다. 이들의 여정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

이들의 귀국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그리고 그 생존의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