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삶으로 살아낸 신학.

오늘 아침 기사들을 읽으며 기억에 남은 한 마디다. 신실한 삶을 살다 돌아가신 분을 기억하며 쓴 글의 내용이다.

한 마디로 아쉽다. 왜 삶으로 살아낸 복음, 혹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아니라 신학일까. 사람들은 의심 없이 신학이라는 단어를 정제된 복음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이란 사고가 그리스도교의 쥐약이다.

신학은 의미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시공에 얽매인 인간의 복음 이해로서 어느 한 시대, 어느 한 장소에서 의미를 가질 뿐 영원한 진리와는 관계가 없다.

목사로서 나 역시 오래도록 신학에 관심을 가지고 닥치는 대로 읽고 배웠다. 하지만 그렇게 신학을 공부하면서 신학들이 서로 상충되거나 신학을 정립한 사람들에 의해 한계를 지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흑인 신학은 그 어느 신학보다 영적이다. 흑인 노예들의 처절한 삶이 깊은 영적 세계를 발견하게 했지만 흑인 신학에는 현실을 부정하는 노예들의 사고가 투영되어 있다.

여성 신학의 경우도 비슷하다. 여성들이 주변 인물이 되어 복음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간 측면이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돕는 베필”로서 섬김의 본이 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함으로써 사랑의 속성을 깨뜨렸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나는 개신교 신학은 물론 가톨릭의 신학과 동방교회의 신학, 오랜 전통인 유대교의 신학까지 닥치는 대로 섭렵했다. 의미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신학의 한계와 성령의 인도하심이라는 더 중요한 신앙의 요체를 발견하고 배웠다.

그리고 이제는 신학이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학문으로써 절대성을 부여하면 절대 안 되는 상대적인 학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신학의 나쁜 점은 거기에 인간의 한계와 현실의 벽을 인식한 우회로가 자리하게 되기 때문이며,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이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하나님이 되려는 유혹을 따르는 존재라는 사실을 역사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신학자들은 항상 권위에 의존하게 된다. 무엇보다 권력을 가지려 하거나 권력에 빌붙는 존재가 된다. 그 효시 역시 콘스탄티누스다. 신앙의 자유와 함께 모든 종교의 최고 사제인 그는 그리스도교에서도 최고 사제가 되었다. 그래서 그는 주교들을 곁에 둘 수 있었고, 주교들은 그의 지시를 무시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권력지향적인 신학자들이라는 그리스도교의 전통이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특히 신학의 아버지라 불리며 그리스도교 신학의 정초를 놓은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으며 그는 목적의 달성을 위해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뇌물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존재는 신학자들을 근본적으로 권력지향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더욱이 신학자들이 대학의 교수들이라는 직책을 가지게 됨으로써 그들은 더욱 권위적인 존재들이 되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는 근본적으로 그 어떤 권력이나 권위도 존재하지 않는 섬김의 나라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하나님 나라를 허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인식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도 나는 신학교 교수라는 직책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완고한 사람들이며 자신의 앎에 절대성을 부여하면서도, 빈약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그들은 자신들의 앎과 신학에 절대성을 부여함으로써 성령의 역사를 근본적으로 거절하는 가인의 후예들이 되었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발견하고 느껴왔다. 물론 테드 제닝스와 같은 해박한 세상 이해를 가진 신학자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신학자들은 자신들의 이런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세상의 문제에 정답을 제시하려는 하나님과 같은 존재들이 된다.

이러한 내 신학 이해가 내가 읽은 신실한 한 그리스도인의 삶의 실천을 완벽하게 제시하기 위해 사용한 “삶으로 살아낸 신학”이라는 내용에 반응하게 한 것이다.

나는 늘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아비투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것을 강조한다. 아비투스란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일상이 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살고자 혼신의 힘을 다했고, 반복된 실천을 통해 마침내 그것이 그들의 반사적인 행동이 되었다. 그들에게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그들의 삶의 방식이었다. 그들의 일상은 그것을 그들의 습관이 되게 하였고, 결국 그들의 그런 습관(아비투스)는 그들의 인격과 성품이 되었다.

나는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이러한 아비투스가 오늘날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신학을 배우고, 신학에서 추출한 교리를 신봉하면서도,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다. 교리 자체가 행위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교리의 완벽성을 위해 행위 자체를 무시하게 만든 것이다. 특히 개신교 신학의 정수인 “이신칭의”는 그리스도인들의 치열한 삶을 완전히 제거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행위에 몰두하는 것을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침해하는 인본주의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교리가 완전히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아비투스를 잠식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실천하지 않는 복음 이해는 신앙을 피상적으로 만들고, 종교놀이에 천착하는 종교 중독증을 유발한다. 그리고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정확하게 그렇게 되었다. 미사나 예배를 드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증상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난 코로나시기를 지나면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입증되었다.

결국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더 이상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특히 성직자들이나 수도자들의 존재는 그것을 더더욱 가로막는다. 그것은 그런 특별한 사람들의 의무이며 자신들은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 존재라는 ‘이상한 자유’가 그리스도교 전체를 장악하기에 이른 것이다.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여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여 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맡아서 할 것이다.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으로 족하다.(마 6:33-34)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자유는 이 말씀대로 살지 않을 수 있는 자유가 되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이 말씀에서 하지 말라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관심은 온통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에 쏠려 있다. 그래서 그들은 세상에서의 성공과 부자가 되는 것과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기에 이르렀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이 신학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겸손한 신학자라는 말은 오늘날 그리스도교에서 형용모순이 되었고, 그런 신학자들의 권위에 복종하는그리스도인들 역시 그리스도인 아닌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그리스도인들이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는 자의 삶을 살 때 그리스도교는 다시 생명의 종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