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투표 제도•복수국적 확대•차세대 청년 지원 등 9개 핵심 의제 집중 토의

(서울=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사단법인 세계한인언론인협회(회장 김명곤)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5월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재외동포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재외동포 언론단체가 주최한 첫 대선 정책 토론회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각 정당의 재외동포 정책 방향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된 이 행사는, 대선 이후 새 정부의 정책 수립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민주당-개혁신당 참여, 9가지 핵심 의제 논의

김길수 정책토론위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신당 관계자들이 공식 패널로 참여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세계한인민주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는 이기헌 의원이, 개혁신당에서는 김두수 정책특임단장이 참석해 각 당의 정책 방향과 공약을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선거 조직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다.

세언협은 사전에 소속 회원 언론인들로부터 질문을 취합해 각 정당에 전달했고, 각 당은 이를 충분히 검토한 뒤 공식 입장을 마련해 답변에 임했다.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정책 책임자들이 실제 정부 운영에서 반영 가능한 수준의 실질적 대안을 제시한 점에서 이번 토론회는 긍정적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된다.

토론회에서는 ▲재외투표 제도 개선 ▲외화 반입 규제 완화 ▲선천적 복수국적제 폐지 ▲복수국적 허용 연령 하향 조정 ▲재외동포 비례대표제 도입 ▲한글학교 지원 확대 ▲재외언론사 지원 방안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재외동포의 외교적 역할 ▲민주평통 구조 개편 등 9가지 핵심 주제가 다뤄졌다.

각 당 패널들은 이 질문에 대해 진지한 태도로 응답하며, 일부는 사전에 준비한 자료를 활용하고, 일부는 현장에서 메모하며 즉석에서 의견을 정리해 제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편/온라인 투표 도입해야.. 금융규제 개선, 동포은행 설립 필요성 제기

먼저 재외투표 시스템의 경우, 현재의 방식이 비효율적이며 참여율이 낮다는 데 양당 모두 공감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우편 투표 및 온라인 투표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법적•행정적 장벽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실현이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도 함께 언급됐다.

금융거래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현행 1만 달러로 제한돼 있는외화 반입 한도액을 시대에 맞게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당들은 외화 유출 및 탈세 방지를 위한 기본 원칙은 유지하되, 기준을 현실화해 재외동포의 경제활동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재외동포 전용 은행으로 추진 중인 ‘제4 인터넷은행’ 설립이 실현될 경우, 재외동포의 온라인 금융 서비스 접근성이 대폭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청년세대 국내 진출 지원 확대, 복수국적제도 개선해야

차세대 재외동포의 국내 진출과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도 집중 논의됐다. 특히 동포 청년 세대들의 인턴십 프로그램 확대, 모국 취업 및 창업을 위한 직접 지원 예산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700억~1000억규모의 재외동포청 예산이 집행되지만, 실제로는 재외동포들에게 사용되는 예산은 크게 증액되지 않은 채 몸집만 키우는 등 비효율적인 집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선천적 복수국적제에 대한 논의는 병역 기피 문제와 직접 연관되며 가장 민감한 주제 중 하나였다. 특히 미국 등 속지주의 국가에서 출생한 이중국적자들의 국적 선택 문제와 관련해, 정당들은 원정출산이나 병역 회피가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국적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적 이탈 시기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40세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글로벌 인재 확보의 필요성을 감안할 때, 보다 실질적인 유인책으로서의 복수국적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복수국적을 취득한 후 국내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복지 혜택만 누리는 경우에 대한 우려도 제기돼, 일정 기간 국내 거주 조건을 부과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동포 언론 지원 부서 신설, 남북관계 개선에 동포 참여 확대해야

재외동포 언론 지원에 대해서는 당장 실현 가능성이 낮은 재외동포언론진흥재단 설립 보다는 실질적인 간접지원책이 제시됐다. 대안으로 해외 진출 기업과 연계한 지원 체계 구축, 재외동포청 내에 전담 부서 신설이 제시됐다. 이는 재외 언론의 자생력 강화는 물론, 이민자 정착, 한민족 정체성 확보, 한국문화 전파를 위한 필수 인프라로도 평가받았다.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에서 재외동포의 외교적 역할도 새롭게 조명됐다. 정당들은 "재외동포는 이념을 초월해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이끌 수 있는 민간 외교 자산"이라며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에 대해서는 실효성 부족에 대한 지적이 많았으며, 해체보다는 과다한 위원 수를 감축하고 역할 재정립을 통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각됐다.

재외국민의 정치 참여 확대, 적극적 투표 참여가 관건

재외동포에게 비례대표 의원 몫을 배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재외국민의 투표 참여율이 제도 논의의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정당 토론자들은 “전 세계 240만 명의 재외국민이 보다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한다면, 정치적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세언협은 “이번 토론회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재외동포 사회의 목소리가 국가 정책에 지속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책 소통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