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타 이어 두 번째…전문가들 "공중보건 퇴보" 우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6일 공공수도에 불소를 첨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플로리다는 유타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불소 첨가를 전면 금지한 주가 될 전망이라고 <올랜도센티널>이 같은날 보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불소를 수돗물에 넣는 것은 사실상 강제 약물 투여”라며 “이런 조치를 사람들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디샌티스는 “개인이 원한다면 자신의 수돗물에 불소를 추가하는 것은 막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한때 음모론으로 치부됐던 불소 반대론이 이제는 주류 정치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번 불소 금지 조치는 디샌티스 행정부와 주 의회가 추진한 광범위한 농업 관련 법안의 일환으로, 공공 및 민간 수도사업자가 건강 목적의 화학물질을 수돗물에 첨가하는 것을 전면 금지한다.

증잉플로리다에서는 이미 레이크 메리, 롱우드, 리즈버그 등 수십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최근 수개월 사이 자체적으로 불소 첨가를 중단한 바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날 마이애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셉 라다포 플로리다 보건국장과 함께 등장했다. 라다포 국장은 수개월 전부터 불소의 독성 가능성을 들어 불소 금지를 강력히 주장해왔다.

전문가들 “불소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충치 예방 수단”…정부 주장 반박

그러나 미국치과의사협회(ADA), 미국소아과학회(AAP) 등 주요 의학 단체는 불소가 충치 예방에 효과적이며, 저소득층 어린이의 구강 건강 향상에 특히 기여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불소는 가장 단순하고 건강하며 비용 효율적인 공공보건 수단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라다포 국장은 “이들 전문가들은 구식 연구에 집착하고 있다”며 “그 모습은 마치 만화 '스누피'의 캐릭터 라이너스가 자신의 담요를 놓지 못하는 모습 같다”고 비꼬았다.

불소는 자연적으로 물과 토양에 존재하는 미네랄로, 1945년부터 미국의 수돗물에 첨가되기 시작했다. 플로리다에서는 기존에 55갤런(약 208리터) 물통에 약 3방울 수준인 백만분의 0.7의 비율로 추가해왔다.

저소득층 피해 우려…"공중보건을 정치 논쟁으로 만들었다"

반대 측은 “불소 첨가 중단은 치과 치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가정에 큰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플로리다 하원의 대럴 캠벨 의원은 “이 법은 과학적이고 안전한 공중보건 수단을 저소득층에게서 빼앗는 것”이라며 “음모론자들에게 선물을 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매체에 따르면 올랜도 수도국의 경우 15만 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으며, 디샌티스의 최종 서명 이후 불소 첨가를 중단할 예정이다. 수돗물 내 불소는 72시간 이내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올랜도를 아우르는 오렌지 카운티(수요 22만 명)에게 물을 공급하며, 오는 7월 1일 법 시행 전에 불소 첨가를 멈출 계획이다.

불소 금지 법안에는 식물성 식품에 육류, 유제품 관련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다만 이 조항은 미국 남동부 11개 주가 유사한 법을 도입해야 발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