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자산 민영화 우려"... 수백 개 공원 주정부로 이관 검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의 새 예산안이 국립공원과 기념물, 역사 유적지, 해안 보호구역 등에 대한 연방 예산을 25% 가까이 삭감하고 상당수 공원 관할권을 주정부로 넘기는 방안을 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예산안은 국립공원관리청(National Park Service)의 전체 예산 48억 달러 중 12억 달러 이상, 한화 약 1조6000억 원을 삭감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립공원을 보호하는 시민단체와 환경 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테레사 피에르노 국립공원보호협회(NPCA) 회장은 "이번 예산안은 미국 국립공원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과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109년 역사상 가장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이며 파괴적인 예산안"이라고 비판했다.

"내부 해체" 우려… 이미 2500명 인력 감축

전체적으로는 공원•공공토지, 환경 관리, 보존, 과학 관련 프로그램 및 보조금 등에서 33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이 삭감될 예정이다. 서부우선센터(Center for Western Priorities)는 이 예산안을 두고 "미국 공원과 공공토지를 위한 암울한 청사진"이라고 평했다.

국립공원관리청은 최근 몇 년간 2400~2500명의 인력을 줄였으며, 이는 전체 직원의 10% 이상이다. 이로 인해 방문자 센터 운영 중단, 투어 프로그램 폐지, 캠핑 예약 제한 등 서비스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 피에르노 회장은 "이번 정부는 국립공원 시스템을 내부에서부터 해체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안은 433개 공원 가운데 일부는 전국적인 중요성보다 지역적 의미가 크다며, 주정부 이관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이들 대부분은 전통적인 의미의 '국립공원'이 아닌 기념물이나 해안, 역사 유적지 등으로 분류되며, 소수의 지역 주민 방문이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서부우선센터의 제니퍼 로칼라는 "국립공원을 주정부에 넘기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주정부는 이를 운영할 자금이 없으며, 그 결과는 결국 폐쇄 또는 민영화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역 사업에 연방 예산 낭비"… "미국인의 유산 훼손" 반발도

예산안에는 국립공원관리청 운영비 9억 달러, 역사 보존 예산 1억5800만 달러, 보호 및 보존 사업 예산 7700만 달러, 공원 건설 예산 7300만 달러 삭감이 포함됐다.

또한 역사보존기금(Historic Preservation Fund)은 지역 사업에 치우쳐 있다며, 국가적 중요성을 지닌 프로젝트만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사업은 연방보다는 주나 부족 정부 수준에서 운영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논리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통해 "연방주의 강화"와 "소규모 방문지의 주정부 이양"이라는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433개의 국립공원관리청 관할 부지 중에는 알래스카에 위치한 면적 1320만 에이커(약 5만3400㎢)의 랭겔-세인트엘리아스 국립공원도 포함돼 있다. 가장 작은 곳은 필라델피아에 있는 타데우시 코시우슈코 국립기념관으로, 면적이 0.02에이커에 불과하다.

이 중 정식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은 63개뿐이지만, 나머지 역시 국립공원관리청의 보호를 받으며, 미국의 자연•문화유산을 대표하는 장소다.

피에르노 회장은 "이들 부지는 미국의 가장 위대한 유산"이라며 "이를 주정부에 넘기려는 어떤 시도도 배신 행위이며, 미국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