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의료체계·민간 운영 실태 도마 위에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마이애미 브라워드 카운티 이민세관단속국(ICE) 이송센터에서 구금 중이던 마리 앙주 블레즈(44세)의 사망과 관련해, 이를 조사하려 한 연방 하원의원들이 센터 측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의료체계 전반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했다. 셰일라 셰어필러스-맥코믹 하원의원과 프레데리카 윌슨 하원의원은 5월 2일 현장을 방문한 뒤 "진실에 다가가려 할수록 더 큰 적대감과 회피에 부딪혔다"고 비판했다.

ICE는 블레즈가 4월 25일 밤 8시 35분, 바우어드 이송센터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사망 원인은 여전히 조사 중이며, 세부적인 정보 제공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셰어필러스-맥코믹 의원에 따르면, 시설 내 유일한 대기 의사에 대한 질문을 하자 의료 담당자는 "공격적으로 반응하며 추가 질문을 거부했다"고 한다. 의원은 "얼마나 많은 의료진이 있는지 묻자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고, 얼굴에 분명한 분노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설에는 500명 이상의 수감자가 있지만 정확한 숫자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하며, "직원들은 빈 침실과 예배당을 보여주며 '시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만 집중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계속된 가슴 통증…병원 이송조차 없었다"

의원들은 블레즈 사망 당일 그녀가 계속해서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셰어필러스-맥코믹 의원은 "수감자들에 따르면 블레즈는 수일간 흉통을 호소했고, 사망 당일 아침 처방을 받았지만 증상은 계속됐다"고 전했다.

그는 "흉통이 지속되었는데 왜 심전도(EKG) 검사나 병원 이송이 없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ICE는 4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마이애미 소재 아이티 영사관에 이메일로 사망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으나, 유족에 대한 지원이나 소통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윌슨 의원에 따르면, 블레즈의 22세 아들은 전화 통화 중 "정부 추적을 우려해 통화를 끊고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간 운영·정부 대응 모두 도마 위에

해당 시설은 플로리다 보카 레이턴에 본사를 둔 민간 교정기업 GEO 그룹이 ICE와의 계약 하에 운영하고 있다. 윌슨 의원은 "GEO 그룹과의 계약은 즉각 해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ICE는 보도자료에서 “수감자 모두에게 안전하고 인도적인 환경을 제공하며, 의료·치과·정신 건강 서비스와 24시간 응급진료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현장에서 확인된 현실은 달랐다는 것이 의원들의 주장이다.

플로리다 이민자 연합의 테사 프티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자 사냥 시즌을 선포한 상태이며, 최소한의 생존 조건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북마이애미 시의원 메리 에스티메-어빈은 "마리 앙주 블레즈의 이름은 반드시 기억돼야 하며, 연방 구금시설 내 인권 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셰어필러스-맥코믹 의원은 "마리 블레즈의 죽음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이 같은 시스템이 유지된다면 더 많은 수감자가 희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