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비치 카운티 운하에 퍼지는 '나일 모니터', 사람 피해 가능성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 팜비치 카운티의 도심 운하에서 아프리카산 육식 도마뱀 '나일 모니터'가 빠르게 확산하며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들은 이구아나, 두꺼비, 새, 거북, 작은 포유류 등을 잡아먹는 포식성 외래종으로, 플로리다 당국은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사살 허가까지 내린 상태다.

나일 모니터는 몸길이 약 180cm, 체중 약 20파운드에 이르는 대형 도마뱀으로, 원래 나일강 유역에 서식하는 종이다. 플로리다대학교 생물학자 에릭 수아레스에 따르면, 이 도마뱀은 1981년 팜비치 카운티에서 처음 목격되었고 1990년대에는 야생 번식 집단이 형성되었다.

현재 이들은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웰링턴까지 이어지는 서던 블러바드를 따라 놓인 C-51 운하와, 그 남쪽의 E-2 운하를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다. 수아레스는 "C-51 운하가 주요 유입 경로였고, 이후 E-2 운하까지 퍼졌다"고 밝혔다.

나일 모니터는 낮에 활동하고 밤에는 나무나 굴 속에서 쉬며, 자신이 파는 굴은 보도나 운하 제방을 무너뜨릴 수 있다.

야생동물 포식하며 생태계 교란... 민간 사냥 허용

플로리다 어류야생동물위원회(FWC)에 따르면, 나일 모니터는 새와 알, 거북과 알, 개구리, 뱀, 물고기, 작은 포유류는 물론 어린 악어까지도 잡아먹는다. 침입종인 초록 이구아나나 독성 케인두꺼비마저 섭취할 정도로 식성이 넓다.

수아레스는 "이 도마뱀은 매우 번식력이 높고 경계심이 강하며, 함정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번에 12~60개의 알을 낳을 수 있고,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면 빠르게 도망가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는 "이들은 놀라운 수영 실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FWC는 포획이 어려운 팜비치 개체군에 대해 산탄총을 이용한 통제를 허용했다. 다만 잔혹행위 금지법을 준수해야 하며, 사살은 사유지나 특정 관리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FWC에 따르면, 2016~2019년 3년 동안의 포획 수는 이전 15년간 전체 포획량과 맞먹었다. 수아레스는 "이는 개체 수 증가보다는 통제 노력이 강화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후 C-51 운하 주변 목격 건수는 약간 줄었다.

나일 모니터가 완전히 제거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수아레스는 "암컷을 생포해 둥지를 추적하고 싶지만, 동부 해안 개체는 덫에도 걸리지 않고 생포가 어렵다"고 말했다.

희망은 있다… 성공적 통제 사례 존재

2000년대 초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의 홈스테드 공군기지 주변에 번식하던 나일 모니터 집단은 통제 노력으로 2016년 이후 관측되지 않고 있다. 수아레스는 "완전한 근절은 아니지만,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야생동물 포획 전문가 마이크 킴멜은 훈련된 개를 이용해 나일 모니터를 생포해왔으며, 이 기술을 통해 암컷을 추적하고 둥지를 파악할 가능성이 있다.

도마뱀 목격자는 FWC 침입종 핫라인(888-IVE-GOT1)으로 신고할 수 있다. 침입종 정보는 조지아대학교가 운영하는 EDDMapS(eddmaps.org)에서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