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쇼핑부터 결제까지 처리하는 시대 열리나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세계적인 결제 기업 비자가 인공지능(AI) 기반 에이전트에게 신용카드 사용 권한을 부여하는 계획을 공개했다고 <에이피통신>이 30일 전했다. 프로젝트는 사용자가 예산과 선호도를 설정하면, AI가 직접 스웨터나 식료품, 항공권 등을 찾아 구매하게 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비자의 최고 제품·전략 책임자 잭 포레스텔은 "이 기술은 매우 중요할 수 있다"라며 "전자상거래의 등장과 맞먹는 변화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번 AI 상거래 계획은 미국에서 신용·직불카드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한 지 거의 1년 만에 나왔다. 비자는 미국의 앤트로픽(Anthropic),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OpenAI), 퍼플렉서티(Perplexity), 프랑스의 미스트랄(Mistral) 등 주요 AI 챗봇 개발업체들과 협력해 자사 결제 네트워크에 AI를 연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IBM, 온라인 결제업체 스트라이프(Stripe), 삼성전자도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쇼핑만 가능했던 AI, 결제까지 확장

지금까지 AI는 상품을 추천하거나 정보를 정리하는 데 머물렀지만, 실제 결제는 사용자가 직접 해야 했다. 포레스텔은 "AI가 쇼핑과 탐색은 잘하지만 결제에서 큰 장애를 겪고 있다"며 "지금은 '계산은 당신이 하세요'라고 사용자에게 넘기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비자는 AI가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결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핵심 역할을 맡겠다는 입장이다.

매체에 따르면 비자는 지난 6개월간 기술적 장애물을 해결하기 위해 AI 개발사들과 협력해왔으며, 이번 주부터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내년에는 본격적인 상용화가 예상된다.

비자는 이 기술이 모든 쇼핑을 대체하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대신 식료품, 생활용품, 크리스마스 선물, 복잡한 여행 예약 등 지루하거나 어려운 작업에서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레스텔은 "어떤 사람은 단순히 '자동으로 처리해 줘'라고 할 수 있는 에이전트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명품 쇼핑처럼 선택과 비교 과정이 즐거운 소비에서는 여전히 사용자가 중심이 되겠지만, AI는 백그라운드에서 보조 역할을 하게 된다.

신용카드 한도와 소비 통제도 가능

한편 사용자는 AI에 명확한 예산과 조건을 설정할 수 있어 과소비 통제가 가능하다고 매체는 전했다. 참고로 미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인의 신용카드 부채는 1조2100억 달러에 달했다. 초기에는 AI가 항공권을 제안하면 사용자의 확인을 받지만, 시간이 지나면 "1500달러 이하에서 목적지까지 항공권을 예매하라"는 식의 설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포레스텔은 내다봤다.

AI 개발사들도 비자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퍼플렉서티의 최고사업책임자 드미트리 셰벨렌코는 "사용자의 동의하에 과거 신용카드 거래 내역을 분석해 더 정교한 추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최고의 노트북은?"이라고 물었을 때, 과거의 구매 기록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선호에 맞는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체에 따르면 AI 챗봇 개발업체 퍼플렉서티는 이미 호텔 예약 등 일부 AI 상거래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오픈AI와 함께 구글이 반독점 소송으로 크롬을 매각하게 될 경우 인수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