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병합 위협과 관세 압박, 캐나다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캐나다 51번째 주' 발언과 관세 위협이 캐나다 총선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캐나다 방송공사(CBC)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트럼프 발언은 캐나다 내에서 애국심을 고취시키며 자유당 지지율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캐나다 전역에서는 주택가마다 캐나다 국기가 걸리고, 슈퍼마켓에서는 단풍잎 마크를 붙여 캐나다산 제품을 강조하는 등 애국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엘보즈 업(Elbows Up)'이라는 하키 용어는 트럼프에 맞서 단결을 촉구하는 구호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트럼프가 키운 자유당 지지율

피터 도놀로 전 총리 장 크레티앵의 공보국장은 "트럼프가 이번 선거의 'X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CBC는 전했다.

트럼프가 캐나다 병합을 주장하고, 저스틴 트뤼도 전 총리를 조롱하면서 자유당 지지율은 반등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유당 후보 마크 카니가 보수당 후보 피에르 푸알리브르에 비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하버드대 출신인 카니는 2008년 금융위기와 브렉시트 시기에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경력을 내세우고 있으며, 반면 푸알리브르는 강경 보수 이미지로 트럼프와 유사한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다고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푸알리브르는 '캐나다 퍼스트'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으며 일론 머스크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최근 몇 달 동안 "캐나다는 51번째 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트뤼도를 "캐나다 대주(州) 주지사"라고 조롱했다고 CBC는 덧붙였다. 이에 자유당은 20%포인트 이상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보수당을 추월했다는 분석이다.

입소스 글로벌 퍼블릭 어페어스 CEO 대럴 브리커는 "이번처럼 급격한 변동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선거 막판까지 이어진 트럼프 변수

타임지 인터뷰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캐나다 병합 발언은 장난이 아니다"며 "매년 200억~250억 달러를 캐나다에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캐나다가 하나의 주가 되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고 한다.

CBC 여론조사 결과, 4월 27일 기준으로 마크 카니는 42%의 지지율을 기록해, 39%를 얻은 피에르 푸알리브르를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신민당(NDP) 자그밋 싱은 9%, 퀘벡당(BQ) 이브-프랑수아 블랑셰는 6%의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폴리티코/포컬데이터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유권자 5명 중 2명은 트럼프를 가장 큰 우려사항으로 꼽았으며, 이는 생활비 문제 다음으로 높은 순위였다.

브리커는 "보수당은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자유당은 힘이 빠지는 모습이었지만, 트럼프가 공격할 때마다 카니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고 CBC는 전했다.

트럼프 관세, 경제에도 타격

올 초만 해도 푸알리브르는 트뤼도의 지지율 하락 속에 20%포인트 이상 앞서 있었다. 트뤼도는 당시 22%라는 최저 지지율로 사임했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등장으로 판세가 바뀌었다고 한다.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경고하면서 자유당 지지율은 반등했고, 카니는 3월 말 조기 총선을 선언했다.

도놀로는 "카니는 이 순간을 위해 준비된 인물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고 CBC는 전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캐나다 실업률은 6.7%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고, 일자리 3만3000개가 사라졌다. 특히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위험에 처했다고 한다.

데이비드 맥노턴 전 주미 캐나다 대사는 "캐나다가 고통받겠지만 미국 노동자와 가족들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엘보즈 업' 운동 확산

미국 민주당 선거운동에도 참여했던 장 미셸 피셔는 "이번 변화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신뢰 회복은 장기 과제가 됐다"고도 덧붙였다.

피셔는 현재 초당적 '엘보즈 업' 운동을 이끌고 있으며, 전국 수천 명이 참여했다. 4월 26일에는 수세인트마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코미디언 마이크 마이어스는 SNL 출연 중 "캐나다는 팔 수 없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엘보즈 업' 구호를 확산시켰으며, 이후 자유당 광고에도 출연해 "캐나다는 항상 존재할 것이다"고 다짐했다고 CBC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