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알레르기 정보 조작·사내 직원 대상 사이버 공격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디즈니월드에서 해고된 전직 직원이 레스토랑 메뉴 소프트웨어를 해킹해 알레르겐 정보를 조작한 혐의로 징역 3년형과 약 68만8000달러 배상 명령을 받았다.

미국 플로리다 중부지방법원은 4월 23일(현지시간), 전 디즈니 직원 마이클 슈어어(40·윈터가든 거주)에게 컴퓨터 사기 및 가중 신원 도용 혐의로 징역형과 함께 피해자들에게 68만7776달러를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또한 범행에 사용한 컴퓨터도 몰수 조치됐다. 슈어어는 올해 1월 유죄를 인정하고 검찰과 합의한 바 있다.

슈어어는 디즈니에서 메뉴 제작 관리자 직책을 맡았으나, 부적절한 행위로 인해 지난해 6월 해고됐다. 이후 디즈니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던 '메뉴 크리에이터' 소프트웨어에 무단 접근해 일부 음식이 땅콩이나 기타 알레르겐을 포함하지 않는 것처럼 허위 표기했다. 이는 알레르기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위험한 행위였지만, 다행히도 수정된 메뉴들은 레스토랑에 전달되기 전 발견됐다. 현재 디즈니는 해당 소프트웨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슈어어는 지난해 7월부터 9월 사이 수차례 소프트웨어를 해킹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땅콩, 견과류, 조개류, 우유 등 특정 알레르기 항목과 관련해 메뉴 정보를 조작했으며, 일부 와인 메뉴의 원산지를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지역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또한 최소 한 개의 메뉴에 나치 문양을 삽입하거나, 메뉴 QR코드를 조작해 이스라엘 기업 및 관련 기업 불매를 촉구하는 웹사이트로 연결되게 했다.

회사 동료 대상 사이버 공격도 감행

슈어어는 사이버 공격을 통해 디즈니 직원 14명의 사내 계정을 차단하기도 했다. 그는 로그인 실패 횟수를 초과해 계정을 잠그는 방식으로 10만 회 이상 자동 로그인 시도를 반복했다. 피해자 중 일부는 슈어어의 해고 과정에 관여했던 인물들이라고 기록에 나타났다.

디즈니는 내부 조사를 통해 슈어어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FBI에 신고했다. FBI는 지난해 9월 슈어어의 주거지를 수색해 전자기기를 압수했으며, 조사 과정에서 슈어어가 공격 대상자 4명의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가족 구성원 이름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사실도 드러났다.

슈어어는 초기에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며 디즈니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유죄를 인정했다.

슈어어는 체포되기 전날 밤 11시경, 자신이 표적으로 삼았던 한 직원의 집을 방문해 초인종 카메라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는 장면이 촬영됐다. 이후 해당 직원은 거처를 옮겨 호텔로 대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