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정체성 따른 여권 발급 막는 건 위헌"…트랜스젠더 원고들에 여권 발급 허용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미국 연방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여권 성별 표기 정책 변경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정책은 논바이너리(비이분법적 성 정체성) 인들이 사용하던 'X' 성별 표기를 금지하고, 성별 변경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AP통신 18일치 보도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연방지방법원 줄리아 코빅 판사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제기한 예비적 금지명령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정부는 원고로 참여한 6명의 트랜스젠더 및 논바이너리 인들에게 그들의 성 정체성에 맞는 성별로 여권을 발급해야 한다.

코빅 판사는 판결문에서 "해당 행정명령과 여권 정책은 신청자들을 성별에 따라 분류하는 것으로, 이는 중간 수준의 사법심사를 필요로 한다"며 "정부는 정책이 중요한 정부 이익과 실질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정책이 "트랜스젠더 미국인에 대한 비합리적인 편견에 기반하고 있으며,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 보호 원칙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ACLU "역사적 판결…전 국민 대상 확대 요청할 것"

ACLU는 이번 판결에 대해 "법 앞의 평등을 지킨 중대한 승리"라고 평가하며, 판결의 적용 대상을 모든 트랜스젠더 및 논바이너리 미국인으로 확대해달라는 추가 요청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CLU LGBTQ & HIV 프로젝트의 선임 변호사 리 나우린-솔은 "이번 판결은 이 행정부의 트랜스젠더 배제 정책에 맞선 역사적 승리"라며 "국무부의 여권 정책은 트랜스젠더와 인터섹스 미국인에게 불필요한 장벽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모두가 누려야 할 존엄을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서명한 행정명령에서 성별을 '남성'과 '여성'으로만 정의하고, 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다른 성으로의 전환 개념을 부정했다. 이는 보수 진영의 시각에 부합하지만, 주요 의료 단체나 바이든 전 대통령의 포괄적 성별 인정 정책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여권 지연, 성별 불일치로 인한 피해 속출

사례도 소개했다. 한 여성은 여권을 신청했으나 성별이 잘못 기재되어 반송되었고, 다른 이들은 신청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다. 또 한 원고는 올해 1월 9일 이름과 성별 변경을 요청하며 여권을 제출했지만, 여전히 발급을 받지 못해 캐나다에서 가족 결혼식과 7월 학회 참석이 불가능할 상황에 처했다.

트랜스젠더 남성 애시 라자러스 오르는 여권과 운전면허증의 성별이 달라, 미국 교통안전청(TSA)으로부터 위조 서류 사용 혐의를 받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4일 전에 새 여권을 신청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이 여권 정책이 헌법의 평등 보호 조항을 위배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법무부는 "대통령은 여권 정책에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으며, 원고들은 여전히 해외여행이 가능하다"고 밝혔고, "신분증 사이의 성별 불일치로 인한 문제는 원고들의 선택이며, 그 책임은 정부에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