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2만3000명과 주택 1만7000채, 고조 또는 강풍으로 해안 침수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미국 내에서 2050년까지 가장 많은 인구와 부동산이 '심각한 해안 침수'에 노출될 주는 플로리다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달 초 <마이애미헤럴드>가 기후 변화 분석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의 최근 보고서를 기준으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향후 25년 이내 플로리다에서만 약 2만3000명의 주민과 1만7000채의 주택이 매년 고조 또는 강풍에 의해 해안 침수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침수는 과거에는 물이 닿지 않던 지역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됐다.

크리스티나 달 클라이밋 센트럴 과학 담당 부사장은 "25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 정도 규모의 노출이 발생한다는 것은 해안 회복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계획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가 특히 취약한 이유는 해안선이 길고 지대가 해수면과 거의 같은 높이에 있으며, 고밀도의 인구가 해안 가까이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해당 지역의 토지 이용과 도시계획 방식과도 연관이 있다.

매체는 플로리다의 일부 해안 지역에서는 이미 비와 바다에서 밀려오는 과잉 수위로 자주 침수가 발생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74%는 화석연료에서 발생)이 지속되면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남극 등 육지의 빙하가 녹아 바다로 유입되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조류나 폭풍 해일이 이전보다 넓은 지역을 덮치게 만든다.

달 부사장은 "오늘날 마이애미에서 두 블록이 물에 잠기게 하는 거대 조류(king tide)는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훨씬 더 넓은 지역을 침수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 감축 목표 따라 피해 규모 달라져

이번 연구는 '해안 위험 탐색기(Coastal Risk Finder)'를 함께 제공했다. 이는 사용자가 특정 지역을 확대해 정부의 탄소 감축 정책 시나리오에 따라 피해 범위를 조정해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예를 들어 마이애미-데이드 지역에서는 현재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할 경우, 2050년까지 연간 약 2500명의 주민과 1700채의 주택이 해안 침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대대적인 감축"을 달성하면 피해 인구와 주택 수는 각각 1300명, 930채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반대로 아무런 조치 없이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할 경우 피해 규모는 3200명, 2200채로 급증한다.

매체는 브로워드 카운티의 경우, 현재 목표 하에서는 1700명과 1200채, 감축을 단행할 경우 1400명과 990채, 아무 조치도 없을 경우 2200명과 1600채가 연간 침수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예측됐다고 전했다.

달 부사장은 "해안 지역 주민들은 가능하면 그곳을 떠나지 않고 싶어 한다"며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과 해안 회복력 강화로 침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침수 피해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되도록이면 빨리 에너지 원천을 환경 친화적으로 전환 시키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해안 침수 위험은 연구 결과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매체는 이번 연구와 '해안 위험 탐색기'는 이미 플로리다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일상적 침수(rainy day flooding)나 더 강력해진 허리케인이 몰고 오는 대규모 폭풍 해일 피해는 반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해만 해도 멕시코만 해안에서는 10피트에 달하는 폭풍 해일로 수천 채의 주택이 파괴된 바 있다.

남부플로리다 카운티들, 해수 상승 대비 나름 움직임

브라워드, 팜비치, 마이애미-데이드, 몬로 카운티 등 4개 카운티는 미국에서 기상 변화에 가장 취약할 뿐 아니라 인구 밀집 지역으로, 해당 정부들은 해수면 상승에 따른 대비책 마련에 나름 고심해 왔다.

실제로 2012년에는 해수면 상승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해에 대비한다는 취지 아래 '108 액션(108 actions)' 이라는 공동 계획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계획안에는 침수 위험이 높은 도로의 재정비를 비롯, 해수 침범 위험지역 개발 제한, 해수로 오염될 가능성이 있는 식수용 지하수 재배치 등에 관한 대책들이 포함됐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 진행에 따른 사안이 당장 눈에 보이는 급선무가 아닌데다 환경문제에 덜 예민한 공화당이 주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등 난관들에 가려져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2015년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시 의회는 지역 관리들이 주 의회가 자신들의 요구에 주목하지 않는다며 플로리다를 둘로 나누어 남부 지역을 미국의 51번째주로 만들자는 결의안까지 체택한 바 있다.

해수 상승의 위협이 남부 카운티에서만 큰 것은 아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연방항공우주국(NASA) 해수면 상승 태스크포스(TF)가 발표한 '2022년 해수면 상승 기술 보고서(2022 Sea Level Rise Technical Report)'는 플로리다 해변 가운데 우주기지가 있는 포트 커내버럴, 그리고 아메리카만(멕시코만)의 세인트 피터스버그, 클리어워터 지역은 2042년 안에 해수면이 거의 12인치(30.48cm) 상승하고, 8년 후인 2050년에는 해수면이 18인치(45.72cm)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