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 농도 안전 기준의 143배까지 증가 전망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세미놀 카운티가 수년간 침묵을 깨고, 암 유발 화학물질 1,4-다이옥산 오염 문제에 본격 대응하기 시작했다. 카운티는 폐쇄된 통신장비 공장 인근에서 퍼지는 오염이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오염 유발 기업들을 상대로 정화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카운티 법률대리인은 "지금은 주민들에게 즉각적 위협이 아니지만, 오염원이 주간고속도로 4호선 서쪽과 카운티 북서부로 확산하면서 향후 농도가 위험한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구 증가와 물 수요가 맞물리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번 경고는 플로리다주 환경보호국이 지난 2월 제너럴 다이내믹스, 지멘스, 모니 홀딩스를 오염 책임자로 지목한 이후 나왔다. 카운티는 보고서 결과를 대체로 수용하면서도, 기업들이 더 큰 책임을 지고 정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화 비용은 수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서부 지역에는 신규 정수시설 건설이 필요할 수 있다.

"영원한 화학물질" 1,4-다이옥산, 제거 어려워

카운티가 최근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오염 농도는 가장 심각한 지역에서 십억분의 50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미 환경보호국 권고치보다 약 143배 높은 수치다. 이번 예측은 정부 차원에서 미래 오염 농도를 처음 공식적으로 제시한 사례지만, 카운티는 해당 수치의 근거를 공개하지 않았다.

카운티는 지난 4월 4일 환경보호국에 보낸 청문회 요청서에서 "오염이 주민들과 수돗물 이용자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협하며, 지금까지의 정화 노력은 심각하게 부족했다"라고 지적했다. 행정청문회는 증거와 증언을 바탕으로 행정 판사가 판결하는 절차다.

1,4-다이옥산은 산업용 용제로 사용되던 합성 화학물질로, 환경에 유출되면 제거가 극히 어렵다. 미 환경보호국은 이를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했지만, 법적 수질 기준은 없다. 다만, 보건 당국은 십억분의 0.35 이하 유지를 권고하고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문제의 공장에서는 1,4-다이옥산이 포함된 용제가 사용됐고, 다수의 전직 근로자들은 법정에서 녹슨 저장통이 방치돼 누출됐다고 증언했다.

2013년, 미 환경보호국은 전국 상수도 시설에 1,4-다이옥산 검사를 지시했고, 세미놀 카운티에서는 샌퍼드, 레이크 메리, 마컴 우즈, 히스로 등에서 오염이 발견됐다. 이후 카운티와 도시들은 오염된 지역의 지하수 취수를 줄이며 농도를 낮췄다. 레이크 메리는 2021년 첨단 정수시설을 가동해 오염을 거의 제거했다.

주민들에 대한 경고 부족… 뒤늦은 대응

하지만 당국은 오염 사실을 주민들에게 명확히 알리지 않았다. 2023년, 올랜도 센티널이 '독성 비밀' 시리즈를 통해 오염 사실과 기업 책임을 보도하면서 사태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샌퍼드시는 주정부의 개입을 촉구하다 결국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세미놀 카운티는 뒤늦게 웹사이트를 통해 1,4-다이옥산 농도 정보를 공개했다. 2024년 3월 측정치는 십억분의 0.16, 6월에는 십억분의 0.23으로 증가했다가 최근 측정에서는 십억분의 0.15로 소폭 감소했다.

카운티 커미셔너 리 콘스탄틴은 "주민들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며, "문제를 일으킨 기업들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라고 강조했다. 카운티 법무팀은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논평을 삼갔다.

전 플로리다주 환경보호국 국장이자 샌퍼드시 자문 변호사인 제이크 반은 "세미놀, 샌퍼드, 레이크 메리, 주정부가 힘을 모으면 결국 정화는 이루어질 것"이라며,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