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로바이러스 확산 속 크루즈 선 위생 프로그램 인력 전원 해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크루즈 선 내 위생과 질병 관리를 담당하는 '선박 위생 프로그램(Vessel Sanitation Program)' 소속 전 직원들을 해고했다. 이 결정은 크루즈 선에서 노로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잇따르는 가운데 내려졌다. 같은 주, 마이애미항에 도착한 시본 크루즈 라인(Seaborn Cruise Lines)의 '앙코르(Encore)'호에서는 약 800명 승객과 승무원 중 35명이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됐다.

CDC는 이번 해고로 인해 선박 위생 프로그램을 이끌던 역학자를 포함한 전담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밝혔다. 해당 직원들은 크루즈 선에서 발생하는 위장 질환을 추적•감시하고 대응책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왔으며, CBS 뉴스는 이제 단 한 명의 역학자만이 해당 프로그램에 남아 있으며 이마저도 아직 훈련 초기 단계라고 전했다.

2025년 들어서만 이미 12건의 크루즈 선 집단 감염이 발생했고, 이 중 10척이 플로리다를 출발하거나 플로리다에 정박했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승객과 승무원 수는 수백 명에 달하며, 증상으로는 구토, 설사, 복통 등이 나타났다. CDC는 해당 크루즈 선사들과 협력해 원격으로 선박 위생 점검과 대응 조치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주도한 이번 대규모 해고는 보건 당국의 전반적인 구조조정 일환으로, CDC 대변인은 "CDC의 주요 프로그램들은 앞으로도 유지되며, 미국인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HHS를 간소화하려는 케네디 장관의 비전이 반영됐다"라고 설명했다. 위생 검사와 질병 모니터링은 앞으로 미국 공중보건국 소속 직원들이 맡게 된다.

플로리다 전역, 노로바이러스 경고 신호

플로리다는 주요 크루즈 선 출발지로, 최근 몇 달 동안 신규 노로바이러스 변종 확산으로 감염이 급증했다. 플로리다 전역의 하수 검사에서도 바이러스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바이러스 감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베릴리(Verily)에 따르면,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2곳과 주피터 1곳 등 총 3곳의 남부 플로리다 하수 처리장에서 노로바이러스 GII 수치가 지난해와 재작년에 비해 눈에 띄게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베릴리 공중보건 파트너십 책임자 에이미 록우드는 "계절적으로 감염 증가가 예상되긴 했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이러한 조기 경고 시스템이 당국이 유행을 미리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강조했다.

중앙플로리다(오렌지 카운티) 지역의 하수 검사 결과도 유사했다. 포트 캐너버럴 인근 검사소를 포함한 3곳에서는 노로바이러스 수치가 '높음'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1곳에서는 '중간' 수준으로 확인됐다. 포트 캐너버럴은 디즈니 크루즈를 포함한 다양한 선박이 출항하는 주요 항구다.

전문가들은 "여행객들의 이동이 많아지는 시기에 전염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