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폭등·사회보장 불안·투자 손실까지… "매일 더 불안하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플로리다의 시니어들이 치솟는 생활비, 불안정한 주식시장, 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 변화로 인해 극심한 경제적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생필품 가격이 오르고, 연금과 저축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많은 노년층이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걱정으로 불면증과 우울감까지 겪고 있다.

"매일 더 걱정된다"…시니어들, 치솟는 생활비에 불안 증폭

56년 동안 남부 플로리다에 거주해 온 알리나 가르시아는 남편과 함께 세금 신고서를 작성하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가르시아는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메디케이드 삭감 소식이 들리며, 사회보장제도에도 변화가 생기고, 생활비는 계속 오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너무 화가 나서 혈압이 계속 오르고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데이비에 거주하는 75세 엘리노어 레퍼드는 남편의 떨리는 손을 붙잡으며 "매일 더 걱정이 커지고 있다. 고지서와 기본적인 생계비조차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돼서 악몽을 꾸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남편 시어도어 레퍼드는 "매달 고정된 금액을 받는데 가게에 가보면 모든 것이 더 비싸졌다"라고 하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미라마의 68세 글래디스 바스케스는 비닐봉지를 움켜쥔 채 "식료품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상황이 더 나빠질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불안감이 너무 심해서 건강에 안 좋다. 미국에서 50년간 일했지만 상황이 이렇다면 콜롬비아로 돌아가야겠다. 그곳이 더 싸다"라고 말했다.

사우스 브라우어드의 한 커피숍에서는 75세 데이비드 그린이 커피 한 잔을 아껴 마시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더 이상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라고 하며 "밖에서 식사하는 건 포기했다. 팁 제외하고 아침 식사만 20달러가 넘는다"라고 말했다.

그린은 CNBC를 보며 매일 시장 상황을 체크하지만 "장기 투자 전략을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은퇴자금이 거의 10%나 줄었다며 "정말 두렵다"라고 했다.

불안 속에서도 일부는 "희망은 있다"…시니어들, 엇갈린 시선

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크고 미국 경제는 침체 국면에 머물러 있다. AARP 플로리다 지부장 제프 존슨은 "노동 시장에서 물러나 투자 수익에 의존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하며 "사회보장급여가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사회보장국(SSA)의 대규모 인력 감축과 새로운 정책도 시니어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AARP 플로리다는 이번 주 "사회보장제도 운영 변화에 대해 깊이 우려하는 시니어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반면, 플로리다 모든 시니어가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트럼프 지지자 중 일부는 경제 상황이 일시적이라고 보고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84세 마릴린 와일드는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하며 "희망을 갖고 있고 상황이 반전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78세 마크 케이도 "지금은 조금 줄여서 살겠지만, 언젠가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하면서 "패닉에 빠지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플로리다 각지의 커뮤니티 센터에서는 시니어들의 스트레스 관리를 돕기 위해 명상 수업을 열고 있으며, 브라우어드 카운티에서는 하루 한 번 노년층 안부를 확인하는 무료 서비스 '2-1-1 터치라인'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팜비치 카운티 역시 211 헬프라인을 통해 노년층 지원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