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긴장 속 캐나다인 발길 끊겨…환율•정치 불안•경기 둔화 삼중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 올랜도가 캐나다인들의 여행지 목록에서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 환율 악화, 정치적 불안, 경제 침체가 겹치면서 캐나다인들의 호텔 예약과 항공편 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 현지 여행사들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조용하다"라고 토로하고 있으며, 일부 항공사들은 노선까지 축소하고 있다. 플로리다 최대 해외 관광객인 캐나다인들의 이탈이 본격화하면서 올랜도 관광 산업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디즈니 전문 캐나다 여행사 ‘클릭 더 마우스(Click the Mouse)’를 운영하는 산드라 파파스는 "2월부터 올랜도 여행 문의가 급감했다"라고 하며 "지금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조용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파스에 따르면 올랜도 테마파크 견적 요청은 50% 넘게 줄었다. 이에 파파스는 디즈니랜드 파리나 밴쿠버 출발 디즈니 크루즈 등 다른 상품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2024년 플로리다를 방문한 캐나다인은 약 330만 명으로, 플로리다 전체 관광객의 약 2%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5년 4월 기준 캐나다인의 올랜도 호텔 사전 예약은 전년보다 9% 줄었고, 5월 예약은 무려 35.1% 급감했다는 비짓 올랜도(Visit Orlando) 통계가 이를 뒷받침했다.

캐나다 여행객, 정치적 불만과 국경 검색에 불안

비짓올랜도(Visit Orlando)의 카산드라 마테이 최고경영자는 "캐나다 달러 약세, 경기 둔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발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올랜도 전체 관광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랜도는 2월 호텔 세금 수입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4월과 5월 전체 사전 예약 건수도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새 테마파크 '에픽 유니버스' 개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 마테이는 "캐나다 시장이 둔화되더라도 다른 시장에서 기회가 생긴다"라고 하며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올랜도에 대한 관심과 예약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미국에서 캐나다로 돌아오는 항공 이용객 수는 전년 대비 13.5% 감소했고, 자동차 이용객은 약 32% 급감했다.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산티스는 트럼프에 대한 반발이 관광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대해 "가족과 함께 레고랜드를 방문했을 때 많은 캐나다인을 만났다"라고 하며 "캐나다인들은 여전히 플로리다를 사랑한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토론토의 이민 변호사 라비 제인은 "많은 캐나다인에게 미국 여행 기피는 국가적 자존심을 지키는 행동"이라고 하며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불만을 행동과 지갑으로 표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인에 따르면 요즘 캐나다인들은 SNS에 "플로리다에서 휴가 중"이라는 게시글을 올리는 것을 꺼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불법 이민 단속 강화 이후, 캐나다 및 유럽 관광객이 억류되거나 추방되는 사례가 늘면서 캐나다인들의 미국 여행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캐나다, 미국 여행 경고, 새 입국 규정도 부담…항공사들 노선 축소

캐나다 정부는 최근 미국 여행 경고를 갱신하며 "입국 시 전자기기 검사 등 철저한 심사가 있을 수 있다"라고 주의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전체 국제 입국자 중 0.01% 미만에 불과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남아 있다.

미국 정부는 30일 이상 체류하는 캐나다인에 대해 새로운 등록 절차도 도입했다. 항공편 이용 시 자동 등록되지만, 육로 입국자는 별도로 I-94 양식을 제출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5000달러 벌금이나 6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토론토 이민 변호사 헤더 시걸은 "지금 캐나다인들이 받는 메시지는 '당신들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하며 "캐나다와 미국의 관계가 친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항공사들도 노선 조정에 나섰다. 에어캐나다는 토론토-올랜도 노선을 축소하고, 웨스트젯은 에드먼턴-올랜도 노선을 중단했다. 웨스트젯은 "캐나다-미국 노선 예약이 멕시코, 카리브해, 유럽 등 다른 휴양지로 이동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을 완전히 철수하는 것은 아니다. 포터 항공은 올랜도행 운항 규모를 유지하며, 여름 조기 예약이 오히려 증가했다고 밝혔다. 플레어 항공도 10월부터 토론토와 키치너-워털루에서 올랜도까지 겨울 노선을 재개할 계획이다.

중앙플로리다대학 경제학자 션 스네이스는 "캐나다 관광객 감소보다 관세와 연방정부 감원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관광 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갈등이 사그라들면 캐나다인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하며 "캐나다는 여전히 춥다. 정치 때문에 자신을 벌줄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여행사 파파스도 "디즈니월드는 정치나 뉴스에서 벗어나기에 완벽한 곳"이라고 하며 "파크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걸 잊게 된다. 여전히 디즈니월드는 꼭 가볼 만한 여행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