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 "합법 신분도 위태롭다" 호소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올랜도 경찰이 지난달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과 협약을 체결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에 동참했다. 플로리다 전역에서 177개 이상의 기관이 유사한 협약을 체결한 가운데, 올랜도는 '태스크포스 모델'로 참여해 일상적인 치안 활동 중 제한적으로 이민 단속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이 협약은 3월 20일 에릭 스미스 경찰서장이 서명하면서 공식화됐다.

버디 다이어 올랜도 시장은 이번 결정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연방법과 주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개인적으로는 해당 법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이어 시장은 "교통 단속 시 시민의 이민 신분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뢰 조례(Trust Act)는 계속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협약을 거부할 경우 시가 연방과 주정부로부터 받는 재정 지원을 상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플로리다에서는 주지사 론 드산티스가 서명한 새로운 이민법에 따라 카운티 보안관과 교정 책임자들에게 ICE 협약 체결이 의무화됐다. 비록 올랜도 같은 도시들은 교도소를 운영하지 않지만, 협약을 거부할 경우 경찰서장이나 시 당국자가 해임될 위험이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지역사회 "협약 체결은 공포와 혼란 초래" 강력 비판

이민자 권익 단체들은 이번 협약이 지역사회에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킨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희망 커뮤니티 센터(Hope CommUnity Center)의 에리카 고메스-테헤다는 "올랜도 경찰이 지역사회와 논의 없이 이런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랜도는 중부 플로리다에서 가장 큰 아이티와 베네수엘라 이민자 커뮤니티가 있는 도시인데, 이들이 하루아침에 합법적 지위를 잃을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이티와 베네수엘라인에 대한 임시보호지위(TPS)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수천 명의 이민자들이 미국 내 합법적 거주와 노동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희망 커뮤니티 센터를 설립한 앤 켄드릭 수녀는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선량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인데, 지금까지 이런 공포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오듀본 파크 커버넌트 교회의 사라 로빈슨 목사도 "이 협약은 불필요하게 체결됐고, 불필요한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적 압박에 시 정부들 속속 협약 체결

포트 마이어스 시는 ICE 협약(일명 287(g) 프로그램) 체결을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플로리다 법무장관 제임스 우트마이어가 "이는 플로리다 법에 대한 심각하고 직접적인 위반"이라고 경고하면서 결국 협약을 승인했다. 우트마이어 법무장관은 "협약을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피난처 도시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변호사 클리프 셰퍼드는 "이 법에는 어떤 미묘한 차이도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협약에 반대하는 투표는 사실상 강요된 충성 맹세와 같다"고 설명했다.

올랜도 외에도 오비에도, 탬파, 탤러해시, 타바레스 등 여러 도시가 ICE 협약에 서명했으며, 이튼빌, 오코이, 세인트클라우드, 윈터가든, 윈더미어 등은 협약이 대기 중인 상태다. 플로리다 전역의 모든 카운티 보안관 사무실 역시 유사한 협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