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과거 역사 명확히 정리해야 불행한 역사 반복 막는다

(뉴욕=미주뉴스앤조이) 손현 기자 = 제주 4·3사건은 1947년 3월 1일 이승만 정권의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이들의 봉기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투입된 경찰과 군의 발포로 무고한 양민들이 희생되면서 시작됐다.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지역 무장대와 경찰 및 서북청년당 등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별대의 무분별한 진압으로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 1인 3만명 가량이 죽임을 당한 비극적 사건이다.

이 사건에 영락교회 청년들이 주축을 이룬 서북청년회 회원들이 경찰과 협력하여 무자비한 진압작전을 펼쳤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졌다.

당시 한국교회는 이승만 정권에 도전을 했던 제주도와 여수·순천 및 지리산 일대의 무력 충돌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특히 남한에 단독정부를 세우려했던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보수적 개신교인들은 소위 ‘빨갱이 척결’에 선봉장으로 나섰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교회 청년들로 구성된 서북청년단은 제주 주민들을 빨갱이라며 사람들을 죽였다. 안타까운 게 민간인 학살에서는 반드시 선별 절차가 있었는데, 그냥 손가락질을 해서 죽이는 쪽, 살리는 쪽을 선별했다. 그 역할을 목사들이 직접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주 4·3사건을 주도한 서북청년회는 1946년 말에 북한의 서북(당시 평안북도 신의주 인근) 지역 출신 청년들이 영락교회에서 조직한 반공산주의적 성향이 강한 조직이었다. 당시 구성원의 대다수가 서북지역 개신교도, 특히 근본주의 성향이 강한 장로교도로 구성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이들은 이북의 공산 정권에게 토지를 몰수 당하면서 심리적 박탈감과 함께 반공의식이 강하게 새겨진 세력이었다. 한경직 목사의 영락교회 자체가 이북에서 월남한 개신교인들이 모여 만든 교회였기에 이들이 함께 할수 있었다.

한경직 목사도 서북청년단이 영락교회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제주 4·3사건에 개입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때 공산당이 많아서 지방도 혼란하지 않았갔시오. 그때 ‘서북청년회’라고 우리 영락교회 청년들이 중심되어 조직을 했시오. 그 청년들이 제주도 반란사건을 평정하기도 하고 그랬시오. 그러니까니 우리 영락교회 청년들이 미움도 많이 사게 됐지요.”(「한경직 목사」 (김병희 저, 1982))


1948년 말 제주 무장대와 지역민들이 처형직전에 촬영된 사진. 사진 촬영 직후 이들은 모두 처형 당했다.


제주 4·3사건은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빨갱이들에 의한 폭동’으로 규정된 '금지된 역사'였다. 하지만, 2019년 국방부와 경찰의 사건 희생자에 대한 공식 사과와 함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의 교계단체들도 부끄러운 역사에 침묵한 잘못을 참회하면서 잘못된 역사에 대한 반성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한강도 그의 책 <작별하지 않는다>을 통해 제주 4·3사건을 ‘힘없는 민중을 향한 공권력의 폭력’이라 정의했다. 하지만, 서북청년단의 본산이라할 수 있는 영락교회는 아직까지도 공식적 사과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제주 4·3사건을 통해 우리는 해방정국에서 팽배했던 개신교의 극우화와 이를 주도한 청년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을 명분으로 ‘테러와 암살’을 자행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들로인해 해방정국 이후 남한을 극우사회로 이끈 가장 행심적인 인맥이 형성됐고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25년은 을사년(乙巳年)으로 1905년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 체결이 이뤄진지 120년이 지난 해이다. 안타까운 건 당시 나라를 팔아먹는 데 앞장선 학부대신 이완용, 군부대신 이근택, 내부대신 이지용, 외부대신 박제순, 농상공부대신 권중현 등 오적(五賊)의 화신이 100년 훨씬 지난 후에도 여전히 같은 현장에서 활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광훈, 손현보, 김진홍, 김철홍, 소기천 등이 부끄러움도 모르고 망언을 내뱉을 수 있는 배경에 과거의 역사에 대한 명확히 정리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제주 4·3사건의 비극은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 새로운 정권 수립과 함께 역사적 정죄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이다. (본보 제휴 <미주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