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구매력 감소로 경제적 위기... 정부 지원 미비로 '노인 빈곤' 심화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의 많은 노년층이 치솟는 생활비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의 구매력이 계속 줄어들면서 생계가 더욱 빠듯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랜도 거주 안토니오 카스트로(79)가 바로 이같은 경우다.

카스트로는 평생 요리사로 일했지만, 연금 혜택을 받지 못했고 은퇴 후에도 큰 저축을 할 수 없었다. 그는 2013년 올랜도에서 저렴한 이동식 주택을 구매해 생활을 꾸려가려 했지만, 지금은 당시보다 부지 임대료가 80% 상승했고, 식료품 가격도 급등했다.

사회보장연금만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카스트로는 더운 날에도 에어컨을 켜지 못한 채 집 뒤뜰 나무 그늘 아래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는 지역 미디어와 인터뷰에서 "자동차 보험료를 내야 하는 달엔 커피, 치즈, 빵만 먹고 산다. 아침, 점심, 저녁이 다 똑같다"라고 한탄했다.

늘어나는 주거 비용, 고령층 경제 압박 심화

카스트로가 거주하는 스타라이트 랜치 이동식 주택 단지의 주민협회 회장인 제임스 어바인은 단지 내 700가구 중 약 3분의 1이 카스트로처럼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이라면서 "그들은 그야말로 단 한 번의 사고만으로도 노숙자가 될 처지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금안보연구소(NIRS)에 따르면, 미국 고령층의 약 40%가 사회보장연금만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사회보장연금의 구매력은 2010년 이후 20% 감소했다. 특히 주거비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카스트로가 지불하는 이동식 주택 부지 임대료는 12년 전 500달러였지만 현재는 900달러로 올랐다.

수전 고프(77)라는 여성은 올랜도 인근 메이틀랜드에서 2베드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건강보험 업계에서 일했지만, 연금이 없고 저축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매월 2500달러의 사회보장연금에 의존하고 있다.

그녀는 "집 대출과 관리비를 내고 나면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이 1000달러 남짓이다. 신용카드 빚을 지면서 버티고 있다. 갚을 수도 없고, 정말 불안하다"라고 털어놓았다.

고프는 보험 중개인으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한 달에 100달러 이상을 벌 수 있는 일거리는 많지 않다. 방 한 칸을 세 놓으려 했지만, 아파트 관리규정이 이를 금지하고 있어 불가능했다.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하려 했지만, 현재 내는 관리비와 대출금보다 더 저렴한 집을 찾을 수 없었다.

현재 그녀가 부담하는 주택 비용은 1350달러지만, 올랜도 지역의 평균 1베드룸 아파트 임대료는 1588달러에 달한다. 그는 "친구들과 점심이라도 같이 먹고 싶은데, 그럴 돈이 없다. 유일한 오락거리는 TV다"라고 말했다.

저렴한 주택 공급 부족… 개발업자도 난관

개발업자들은 주택 보험료 급등이 저렴한 주택 건설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중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주택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크리스 킹은 플로리다의 보험료가 지나치게 비싸 사업을 다른 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랜도에서는 일부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문을 연 '펀 그로브' 아파트는 중간소득 이하(약 6만5000달러 이하)의 거주자를 대상으로 하며, 임대료는 362달러에서 1474달러까지 차등 적용된다. 하지만 이 아파트 역시 개장과 동시에 138가구가 모두 임대되며,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개발업체 바니안 그룹의 알렉산더 키스 대표는 저소득층 주택 건설을 위한 세금 혜택이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킹은 이에 회의적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저소득층 주거 문제 해결에 거의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일부 노인은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의 임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2024년 센트럴 플로리다에는 1900만 달러의 연방 보조금이 지급돼 3000명 이상의 주거를 지원했다. 하지만 2025년에도 같은 지원이 유지될지는 불확실하다.

마사 아레 홈리스 서비스 네트워크 대표는 "정부 지원 없이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 더 많은 노인이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센트럴 플로리다에서 65세 이상 노숙자는 191명으로 집계됐지만, 실제로는 차 안에서 생활하는 노인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레는 "저소득층, 특히 고정 소득에 의존하는 노인들을 위해 저렴한 주택 공급을 늘리고 보조금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돕는 공동체

스타라이트 랜치의 주민회장 어바인은 과거 교사와 목사로 일하며 연금을 두 개나 받을 수 있어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매일 단지를 돌며 어려운 이웃을 살핀다.

그는 주민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단지 소유주가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제공하도록 했다. 하지만 식료품비가 급등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해 발렌타인데이 저녁 식사 비용이 280달러였던 반면, 올해는 같은 양의 음식을 준비하는 데 470달러가 들었다.

카스트로가 자동차 보험료를 내는 달에는 음식조차 충분히 사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바인은 주민들과 함께 그를 위한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이웃을 돕는 따뜻한 공동체가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