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남보라 가족들을 보았다. 전에도 남보라 가족들을 본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감동이 있었다. 다 아는 것처럼 남보라는 열세 형제의 둘째다. 특히 어제 내게 다가온 내용은 열 명이 먹기 위해 다섯 개의 라면을 끓여 그것이 불기를 기다렸다는 내용이다. 열세 명의 자녀를 가졌다면 어느 가정이라도 아이들을 키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그야말로 지지고 볶으며 자랐고, 막내가 고등학생이 되고 남보라가 결혼을 하게 된 지금 모든 이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들이 사는 모습은 가족이 아니라 공동체의 삶이었다. 칫솔에 각자의 이름을 적어 넣어야 할 정도로 그 가족의 삶은 남달랐다. 남자 형제와 자매들이 나누어 한 방을 썼고, 모든 음식은 최소한 십인 분이 넘어야 했다. 그래서 엄마를 닮아 요리를 잘 하는 남보라도 십인 분 이상의 음식은 잘 만들지만 일이인 분의 음식을 잘 만들지 못한다고 했다.

한 번 상상을 해보라. 열셋이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개인을 위한 공간 따위는 존재할 수 없었다. 당연히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라면을 끓여 그것이 불기를 기다렸다는 것은 그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그런데 형제들은 바로 그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의 형제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음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사실 내게도 그런 가난의 기억은 많다. 우리 집에서 닭 한 마리를 사면 큰 솥에 넣어 삶았다. 그렇게 끓인 닭에 쌀을 잔뜩 넣어 죽을 끓였다. 그런데 그렇게 끓인 죽은 우리 식구만 먹지 않았다. 삶은 닭은 잘게 찢어 고명으로 만들었다. 그것을 큰 그릇에 담아 집집마다 한 그릇씩 나누었다. 요즘이라면 그렇게 끓인 닭죽이 맛있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때는 놓아기른 닭이라 맛이 있었고, 그것을 가져다주는 것도, 다른 집에서 가져온 것도 모두가 맛이 있었다. 그런 나눔이 주는 기쁨이 맛을 더해주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집이 쫄딱 망했던 시절이 있다. 그때 아버지는 노가다 판의 일용직 노동자였는데 그래도 그전의 사회적 지위를 생각해서 십장이라는 걸 했다. 십장이라도 특권이 있어 간식으로 나누는 찐빵이 남으면 그것을 집으로 가지고 오셨다. 대략 십여 개 정도였다. 우리는 달려들어 지체 없이 그것을 먹었다. 하지만 한 개를 먹은 후에는 남은 개수에 따라 우리의 태도는 달라졌다. 모든 가족이 한 개씩을 더 먹을 수 없는 개수가 남으면 우리는 그것을 그대로 남겼다. 다른 식구들을 위한 배려였다. 부모님들이 먼저 그러셨고, 우리들도 그랬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내가 기억하는 우리 가족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잘 살던 때가 아니라 가장 가난했던 그때였다.

그것은 남보라 가족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가난이야말로 서로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난은 자기 가정을 넘어 이웃에게로 나눔을 실천하게 만든다. 나는 그것을 테레사 수녀님의 책에서 보았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 테레사 수녀님이 쌀을 한 봉지씩 가져가면 그들은 쌀의 절반을 자신의 쌀독에 부은 후 나머지를 들고 이웃집으로 가져다주었다. 이웃들도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요는 나눔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이 가지려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보면 볼수록 남보라의 가정은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무엇보다 그들은 분명하게 서로 사랑하고 있다. 남보라는 자신이 번 돈으로 동생들의 용돈은 물론 학비와 각종 필요한 것들을 해결해주었고, 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남보라에게 돈을 주거나 선물을 하였다. 그것은 단순히 돈을 주고, 그것을 되갚는 행동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서 서로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볼 수 있음은 물론 서로 사랑하는 일에 있어 돈이 하는 역할도 볼 수 있었다.

오늘날도 그리스도인들은 사랑한다. 그러나 서로 사랑하지 않고 말로만 사랑한다. 그래서 설교 시간에 서로를 마주보며 “사랑합니다.”를 외친다. 한 마디로 웃기는 교회가 된 것이다. 오늘날 교회에서는 굶어 죽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일 뿐이다. 사랑은 돈을 무력화시키는 유일한 힘이다. 서로 사랑하면 남보라의 형제들에게서 보듯이 돈이 오간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가족주의의 폐쇄성을 주의해야 한다. 서로 사랑하면서 돈이 흐르는 것은 아름다운 행위다. 그러나 가족 안에서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복음과는 무관하다. 그것은 그런 일이 일어나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지만 복음은 그런 가족을 해체해야 한다고 명령한다. 이유는 혈연인 가족을 해체해야 하나님의 가족으로서 가족주의가 가지는 폐쇄성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초기 교회는 그렇게 되었다. 초기 교회 그리스도인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것은 그들이 하나님의 가족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 사랑함은 물론 하나님의 가족인 공동체를 넘어 이웃들에게도 사랑을 베풀었다. 그렇게 그리스도인들의 사랑은 막론하고 더 낮은 곳을 향해 흐르기 마련이다.

오늘날 교회들과는 얼마나 다른가. 오늘날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교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교회에 가난한 사람들이 필요하게 되었다. 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가족으로서의 사랑이 흘러넘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자랑과 유익을 위해 가난한 사람들이 선전의 도구가 된 것이다. 물론 그 일도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님의 가족들의 사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남보라 가족들의 사랑도 하나님 가족의 사랑 속에 편입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들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사실 이것이 어려운 일이다. 가난을 통해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마침내 가난을 극복하게 되었을 때 여전히 과거의 자신들과 같이 가난한 사람들을 자신들과 똑같이 여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이라면 그래야 한다. 하나님 아버지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시기 때문이다.

생각할수록 교회란 어려운 곳이다. 사실 우리 교회를 통해서도 나는 그것을 수도 없이 확인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목사가 먼저 자신의 것을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실천했다. 각 사람의 필요를 위해 목사인 나 먼저 내 것을 나누었다. 결과는 참람했다. 나는 모든 재산을 다 잃고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 일에 감사한다. 이것은 “신 포도”가 아니다. 나와 아내는 성령에 이끌려 그렇게 했고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사람에게 불가능한 것이 하나님으로서는 가능하다는 것을 이 일을 통해 배웠다.

남보라의 가족을 보는 것은 행복했다. 그들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다. 그리고 그 행복의 완성은 그들의 사랑이 그들의 가족을 넘어 그들 주변의 가난한 이웃들에게 흘러가는 것이다. 남보라가 이 글을 읽게 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일을 위해 기도한다. 내 기도가 그들에게 축복의 기도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남보라의 가족들이 하나님의 가족이 되기를 바란다.

보라양 결혼을 죽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