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위원회 법안 1차 승인… 미성년 노동착취 논란 불거져

(올랜도) 코리아위클리 = 플로리다 주에서 14세 이상 청소년이 야간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공화당 주도의 주 의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지난 24일 플로리다 주 상원 상업관광위원회는 해당 법안(SB 918)을 찬성 5, 반대 4표로 통과시켰다.

법안을 지지한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불법 이민자들의 '저렴한' 노동력을 청소년 근로로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지사는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경 정책 고문 톰 호먼과의 토론에서 "과거에는 청소년들이 리조트에서 일했고, 대학생들도 이런 일들을 했었다"라며 "굳이 외국인을 불법적으로라도 들여와야 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불법 체류 노동자의 고용을 막기 위해 플로리다 주가 대기업에 연방 'E-베리파이(E-Verify) 시스템을 통해 직원의 시민권 및 체류 신분을 확인하도록 하는 법을 시행했다고 강조했다. 디샌티스는 "이러한 규정 때문에 떠난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 빈자리를 채울 사람들도 있다"라며 "우리 청소년들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게 뭐가 문제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법안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반대 측은 아동 착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반면, 찬성 측은 이를 '부모의 권리'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1617세 청소년은 학기 중에도 하루 8시간 이상, 주당 30시간 이상 일할 수 있으며, 의무 휴식 시간도 사라진다. 또한, 홈스쿨링이나 온라인 수업을 듣는 14 및 15세 청소년도 노동 규제에서 제외될 수 있다.

법안을 발의한 제이 콜린스 상원의원(공화·탬파)은 "대부분의 청소년 근로 환경은 안전하다"며 "이 법안은 주법을 연방 노동법과 일치시키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소년들은 퍼블릭스나 피글리 위글리 같은 식료품점에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노동 규제 완화, 교육·건강 악영향 우려

반면, 카를로스 기예르모 스미스 민주당 상원의원(올랜도)은 "이 법안은 고용주들이 청소년들에게 장시간 근무를 강요하고, 거부할 경우 해고할 위험을 높일 것"이라며 "결국 불법 이민자 단속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채우기 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홈스쿨링이나 온라인 수업을 듣는 14세 청소년이 평일 밤새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 법안은 미성년자 착취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플로리다에서는 16~17세 청소년이 학기 중 오전 6시 30분 이전이나 오후 11시 이후 근무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며, 주당 최대 30시간 근무 제한이 있다. 그러나 홈스쿨링이나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이러한 제한에서 예외로 인정받고 있다.

경제정책연구소(EPI)의 니나 마스트 분석가는 "이 법안은 고용주들이 이미 저지르고 있는 노동법 위반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라며 "저소득층 청소년이나 불법 체류 청소년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전역에서 이민자 아동 노동 착취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1월, 미 노동부 조사 결과, 대형 육가공업체 퍼듀 팜스와 JBS가 불법 이민자 아동을 고용한 사실이 드러나 총 8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플로리다 정책연구소(FPI)의 노동 전문가 알렉시스 츠칼라스는 청소년이 주 20시간 이상 일하면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고 고등학교 중퇴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돈을 벌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교육을 받지 못해 노동시장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설령 위험한 직종이 아니라 하더라도 장시간 근무는 사고 및 부상 위험을 높인다"라고 덧붙였다

콜린스 의원이 발의한 이번 법안은 지난해 공화당 린다 체이니 하원의원(세인트피트비치)이 제출했던 법안과 유사하다. 그러나 법안은 강한 반대 여론으로 인해 수정된 후 무산됐다. 이번 법안이 지난해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지, 아니면 법제화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