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이념’과의 전쟁 선포… 문화기관에 대한 연방 지원 중단 시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역사에 진실과 건전함을 회복하겠다"며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을 포함한 주요 문화 기관들을 겨냥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그는 이들 기관이 "분열을 조장하는 인종 중심 이념에 물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스미스소니언뿐만 아니라 케네디센터, 박물관도서관서비스연구소(IMLS), 미국의 소리(VOA), 공영방송 PBS 등 다양한 문화•언론 기관으로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는 제이디 밴스 부통령에게 해당 행정명령의 이행을 지시했으며, "미국의 공동 가치를 훼손하거나 인종에 따라 국민을 나누는 전시나 프로그램, 연방 법이나 정책과 일치하지 않는 이념"에 대해 연방 지원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스미스소니언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교육•연구 복합기관"으로, 연간 예산이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넘는다. 19세기 영국 과학자 제임스 스미슨이 유산을 기부하면서 설립의 발판이 마련됐으며, 1846년 제임스 K. 포크 대통령이 관련 법안에 서명하면서 공식 출범했다. 현재 항공우주박물관, 인물화 갤러리, 국립동물원 등 다양한 시설을 운영하며, 자금의 약 60%는 연방정부에서 지원받고 있다.

"각성(woke) 이념에 물들었다" 비판… “문화는 모두의 것” 반발도

트럼프는 이 기관이 '각성(woke) 이념'에 물들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전미아프리카계미국인역사문화박물관(NMAAHC)이 "'근면', '개인주의', '핵가족'을 백인 문화의 일부로 규정했다"고 주장했고, 미국여성역사박물관의 트랜스젠더 운동선수 전시, 인종을 사회적 구성물로 보는 미술관 전시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참고로 'woke(워크)'는 사회 정의, 인종 문제, 성을 비롯한 문화적 문제에 인식이 깨어나거나 변화되는 것을 의미하며, 전통적인 것을 중시 여기는 보수층은 대체로 이에 비판적이다.

2017년 트럼프는 벤 카슨, 팀 스콧 상원의원, 앨비다 킹 등과 함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문화박물관을 방문한 바 있으며, 당시에는 "미국의 정신을 형성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기리는 박물관이 생긴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행정명령 이후 워싱턴 현지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물관을 방문한 도로시 윌슨은 "역사를 모르면 정체성을 잃는다"고 말했고, 뉴욕에서 온 엘리자베스 파가노는 "역사는 선택적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남부빈곤법센터(SPLC)의 마거릿 황 대표는 "흑인사도, 여성사도 미국사다. 이 나라의 역사는 아름답고도 아프며, 이는 모두가 포함되는 민주주의로 가는 여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