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전광훈과 손현보가 연일 맹활약을 하고 있다. 이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이들이 쌍욕을 해대는 만무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런데도 이런 자들을 추종하는 이들이 연일 광장을 메우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를 완전히 달라지게 만들었던 코로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작금의 탄핵정국 한국의 그리스도교의 진면목을 드러나게 한다는 점에 있어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게 드러나고 있는 오늘날 그리스도교의 진면목은 참람하기 이를 데 없다. 그래서 강경민 목사와 같은 사람은 홍정길, 이동원, 손봉호 등의 과거 이름이 있던 사람들을 “님”들로 호칭하며 님들이 나서야 할 때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나는 강경민 목사의 그런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님들이 작금의 전광훈과 손현보와 다르다는 생각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적인 힘을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전광훈, 손현보와 “님들”의 영향력은 다르지 않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피하신 힘과 영향력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헨리 나우엔 신부가 말한 것처럼 그리스도교에서 가장 큰 유혹은 힘과 영향력을 가지면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실제로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정확하게 힘과 영향력을 추구하는 곳이 되었다. 그것은 신교와 구교를 가르지 않고 공히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으로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이 일 것이다.

“바울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도, 분배도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한 관용과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정의에 대해서 상상했다. 그는 하나님의 관용에 사로잡히면 우리도 그런 관용을 드러낼 존재가 되리라고, 그리스도가 환영하고 받아들이고 용서한 것처럼 똑같이 된다고 확신했는데, 이건 확신이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가 없다. 바울은 단순히 정의를 구현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 사상가가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낸 운동가였다. 당시 로마 제국의 서쪽 반을 차지하는 곳들을 다니며 조그마한 커뮤니티(들)를 만들었다. 커뮤니티마다 관용을 나누는 사람들이 되라고 했으며, 그것을 통해 하나님이 요구하는 정의를 실현하는 집단을 만들어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확신이 있던 사람이다. 따라서 바울의 사상은 절대 한 개인을 목적으로 두지 않으며, 한 개인의 칭의를 말한 적이 없다. 커뮤니티로서 그것을 실현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믿고, 행동한 사람이 바울이다.”

테드 제닝스 교수는 로마서 주석을 통해 “무법적 정의”에 대해 말했다. “무법적 정의”란 법으로는 정의를 구현할 수 없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이렇게 말한다.

“초기의 모든 기독교 지식인들은 정의가 근본적으로 인간의 문제임에 동의하고 있다. 어떻게 모든 사람들이 정의롭게 되고, 정의로운 환경에서 살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했고, 당시에 많은 바울 이전 이후 사람들이 법을 그 해답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바울은 반대했다. 법은 결코 정의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봤다. 여기서 바울의 천재성이 돋보인다. 바울이 보기에 당시 법은 완전히 실패했는데, 모세의 법에 따르면 메시아 예수는 저주받았고, 로마법은 결국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최선의 두 가지 법이 메시아로 나타난 하나님의 정의와 완전히 대립되는 상황을 만들었던 것이다. 종교, 정치, 법, 그 모든 것이 종합된 이러한 체계 자체로는 하나님이 요구하는 정의는 절대 만들 수 없는데, 이때 정의는 과부, 노예, 모든 사회적 약자에게도 적용되는 정의를 말한다. 법은 언제나 그 테두리 안에 힘을 가진 이들의 그 이해관계에 따라 만들기 때문이다. 바울은 그래서 법은 죄를 낳고, 죄가 사망을 낳는다고 말했던 것이다.”

테드 제닝스는 로마의 법은 물론 모세의 법으로도 정의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그 두 법이 인간이 만들어낸 최선의 두 가지 법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 두 법이 공히 정의를 구현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두 법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폭력에 있음을 안다. 로마의 법도, 모세의 법도 폭력을 기반으로 한다. 폭력을 기반으로 하는 법이 정의 구현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의 정의는 폭력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사랑은 공동체를 통해 드러난다. 관용을 나누는 사람들의 공동체의 존재야말로 하나님의 정의를 구현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나는 테드 제닝스의 통찰에 감탄한다. 로마의 법을 부정한 사람은 있어도 모세의 법을 부정한 그리스도인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수님 당시 모세의 법은 하나님의 정의를 구현하는데 철저하게 실패했다. 그토록 모세의 법을 존중하고 준수하는 유대인 사회에서 하나님의 정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율법을 지킬 수 있는 유대사회의 살만한 사람들은 율법을 지킬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죄인으로 낙인을 찍어 자신들의 공동체에서 몰아내는 일에 몰두했다. 하나님의 가족으로서 자신들이 돌보아야 할 가난한 사람들을 죄인으로 낙인찍어 몰아냄으로써 하나님의 정의를 헌신짝처럼 버렸다.

예수님은 열두 명이라는 작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당신의 사역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들 역시 다른 유대인들과 마찬가지로 폭력적인 사고는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그 내용을 제자들의 모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점차로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에 담긴 의미를 깨달았고, 마침내 예수님처럼 작은 공동체를 세우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사람을 낚기 시작한 것이다.

사도 바울이 한 일은 단순한 복음전파가 아니라 곳곳에 하나님의 경제를 실천하는 공동체를 세우는 것이었다. 제닝스 교수가 말하는 것처럼 바울의 사상은 절대 한 개인을 목적으로 두지 않으며, 한 개인의 칭의를 말한 적이 없다.

하나님의 경제를 실천하는 원리는 단순했다. 그것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렇게 바울의 공동체들은 서로 사랑하는 일에 매진했다. 바울의 서신서마다 동역자가 등장하는 이유는 그들이 그렇게 공동체였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편지조차도 자신이 혼자 쓰지 않고 더디오에게 그것을 받아 적게 하였다.

하나님의 정의는 이처럼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에 의해 드러난다. 그런데 그러한 공동체는 빛이 되어 세상의 어둠을 밝히고 쫓아낸다. 그 빛을 발견한 사람들은 공동체에 다가와 자신도 그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를 원한다. 이것이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는 방식으로 예수님은 그것을 가루 서 말에 넣은 누룩에 비유하셨다.

바울이 사상가가 아니고 행동가인 이유는 그가 앞장 서 서로 사랑하려는 자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바울이 세운 공동체들과 오늘날 힘과 영향력으로 복음을 전파하고, 하나님의 정의를 구현하려는 사람들을 비교해보라. 얼마나 다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것은 전광훈과 손현보만이 아니라 강경민 목사가 “님들”로 칭한 분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그리스도교에서 실종된 것은 옳음이나 신학이나 교리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랑이다. 그리고 그것이 아니라면 그리스도교는 무익할 따름이다. 그리고 그것이 테드 제닝스 교수가 발견한 바울 사도의 “무법적 정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