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정보 가진 퇴직자들, 외국 정보기관의 표적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연방 정부를 개혁한다며 수천 명의 정부 직원을 해고하면서 미국이 스파이 활동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미국 국가안보 및 정보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주도하는 '정부효율성부(DOGE)'가 정부 기관을 대대적으로 축소하면서, 러시아와 중국 등 미국의 적대국들이 정보원을 모집할 전례 없는 기회를 얻었다고 경고했다.

정부 기밀 정보나 시스템에 접근했던 전직 연방 직원들이 한꺼번에 수천 명씩 직장을 잃으면서, 이들이 외국 정보기관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최고정보책임자(CIO)였던 테레사 페이튼은 24일 <에이피 통신>에 "이런 정보는 매우 가치 있다. 러시아와 중국뿐 아니라 범죄 조직들도 미국 정부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 정부 직원 가운데 매년 평균 10만 명 이상이 퇴직하거나 이직하지만, 올해는 석 달 만에 그 수치를 훨씬 넘었다. 행정직을 포함한 퇴직자들조차 민감한 정보에 접근했을 수 있으며, 이들이 보안 시스템 정보를 넘긴다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전직 미 정보요원이자 반정보 전문가였던 존 신들러는 "DOGE는 평상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군가는 반드시 탈선할 것"이라며 "문제는 얼마나 심각할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중국 등에 정보 유출 가능성 커져

과거 FBI 요원 로버트 한센과 CIA 요원 올드리치 에임스처럼 단 한 명의 스파이도 국가 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다. 한센은 미국의 정보 수집 활동 전반을 러시아에 넘겼고, 이는 미국을 위해 일하던 러시아 내 정보원들이 처형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전직 FBI 고위 간부 프랭크 몬토야 Jr.는 정보기관 출신보다 일반 부서의 퇴직자들이 더 위험하다고 본다. 그는 "IRS나 사회복지 부서의 직원이 DOGE에 불만을 품고 정보를 넘기면, 기술 탈취나 전력망•금융시스템 접근 같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에이피 통신>에 설명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 정보뿐 아니라 비군사•비기밀 정보까지 활용해 자국의 군사력이나 인프라를 현대화해왔다고 덧붙였다.

현재 상황으로는 외국 정보기관이 스파이를 포섭하기 위해 대사관 앞에서 기다릴 필요도 없고, 링크드인 같은 플랫폼에서 '국방부 전직, 구직 중'인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짜 채용 공고나 면접을 통해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를 '자문가'로 고용하고, 실제로는 그들의 지식을 빼내는 방식도 가능하다.

러시아는 이미 과거에도 미국인을 속여 자국 이익을 위해 일하게 한 적이 있다.

페이튼은 퇴직 공무원들에게 "최대한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이는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정부의 기본 전략과도 일치한다.

한편 국가정보국(ODNI)은 전직 공무원 또는 계약직의 국가 기밀 유출 위험성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보국장 툴시 개버드는 정보기관 내부의 언론 유출 조사 계획을 밝혔지만, 이는 대외 스파이 활동과는 무관한 조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