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확인 절차 강화... 3월 31일부터 전화 신원확인 중단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미국 사회보장국(SSA)이 사기성 청구를 방지하기 위해 신원 확인 절차를 강화한다. 이에 따라 수백만 명의 사회보장 수급자와 신규 신청자는 전화가 아닌 대면 방문을 통해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오는 3월 31일부터 SSA는 전화로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중단한다. 또한, SSA의 온라인 서비스 '마이 소셜 시큐리티(my Social Security)'를 통해 신원을 제대로 인증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직접 SSA 사무소를 방문해 신원 확인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신규 사회보장 신청자뿐만 아니라 기존 수급자 중 직불예금(Direct Deposit) 정보를 변경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

노년층 옹호 단체들은 이번 변화가 농촌 지역 거주 노인, 장애인,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특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들은 SSA 사무소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인터넷 접근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SSA는 전국적으로 수십 개의 사무소를 폐쇄할 예정이며,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계획도 이미 발표된 상황이다.

"사기 방지" vs. "취약계층에 불리한 조치"

SSA는 신원 확인 절차 강화와 함께 직불예금 변경 요청 처리 속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대면 및 온라인 요청 모두 영업일 기준 하루 만에 처리될 예정이다. 기존 온라인 변경 요청의 경우 30일 동안 보류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단축된 셈이다.

리랜드 두덱 SSA 국장 대행은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사회보장국은 매년 1억 달러 이상을 직불예금 사기로 인해 잃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미국인들의 사회보장 혜택을 더욱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서비스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년층 및 장애인 단체들은 SSA의 조치가 취약계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인증이 어려운 이들이 사무소를 방문해야 하는 상황에서, SSA가 전국적으로 사무소를 폐쇄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미국 내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 인구는 7250만 명 이상으로, 퇴직자와 아동도 포함된다.

존 라슨(코네티컷) 하원 세입위원회 사회보장 소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가 SSA 사무소를 폐쇄하면서도 신원 확인을 온라인이나 대면 방식으로만 진행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사회보장제도를 민영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사회보장제도 축소 우려… 민영화 논란 확산

정부 효율성부(DOGE) 웹사이트에 따르면, SSA의 47개 지사 임대 계약이 이미 종료되었거나 종료될 예정이며, 아칸소•텍사스•루이지애나•플로리다•켄터키•노스캐롤라이나 등 여러 주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덱 국장 대행은 폐쇄되는 사무소 대부분이 원격 심리 전용 소규모 시설로, 일반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머스크가 추진하는 대규모 연방 정부 축소 정책으로 인해 SSA 사무소 폐쇄와 대규모 해고가 진행되면서, 사회보장 혜택을 받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머스크는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근거 없는 음모론을 퍼뜨리며 이를 '폰지 사기(Ponzi scheme)'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연방 복지 프로그램이 사기에 취약하다며 정부 지출 삭감의 주요 대상으로 삼을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