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이아시아', "탄핵당한 대통령이 한국의 명성 추락시켜"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영국 <파이낸스타임스> 자매지인 <니케이아시아>(Nikkei Asia)가 12일 한국의 탄핵정국을 촉발한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의 이미지를 완전히 망가뜨렸다고 혹독한 논평을 내 놓았다.

논평은 영국 리즈 대학교 사회학 및 현대 한국 분야 명예 선임 연구원 에이단 포스터-카터(Aidan Foster-Carter)이름으로 발표되었다.

다음은 이 논평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한국 헌법재판소가 조만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최종 확정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탄핵이 확정되면 한국은 새로운 지도자를 맞이하게 된다.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이런 상황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당시 윤 대통령은 5년 임기의 절반을 지나고 있었지만, 국정 운영은 순탄치 않았다. 정치 감각이 부족한 검사 출신으로, 2022년 가까스로 당선된 그는 잦은 실언과 부인 김건희의 스캔들로 인해 역대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이 되었다.

야당이 장악한 국회에 발목 잡힌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협력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음모론에 빠져들었고, 지난해 12월 3일에는 돌연 계엄령을 선포하는 무모한 결정을 내렸다. 다행히도 이 조치는 단기간에 철회됐지만, 이 선택은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윤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급락했다.

한국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으며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고자 했다. 그러나 지난해 회의에서 초청을 받지 못했고, 윤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더 큰 문제는 민주주의의 후퇴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2월 27일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은 10계단 하락한 32위를 기록하며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강등됐다. 보고서는 "12월 3일의 사태는 한국 민주주의가 37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가졌으며, 그만큼 취약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평가했다.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윤석열은 조용히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끝까지 저항하며 한국 정치를 더욱 양극화시켰다.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은 탄핵 이후 오히려 지지율이 상승했다. 1월 중순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46.6%까지 올랐다. 2017년 박근혜 탄핵 당시 보수 진영이 빠르게 등을 돌렸던 것과 달리, 윤석열을 탄핵하면 대선에서 패배할 것을 우려한 국민의힘은 그를 끝까지 감싸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극우 음모론이 확산됐다. 대표적인 것이 "2020년과 2024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12월 3일 계엄령을 선포하며 군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와 국회로 보냈다. 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패배 후 벌인 '스톱 더 스틸(부정선거 중단)' 캠페인과 유사한 양상이다.

더 황당한 음모론도 있다. 윤석열 탄핵이 중국의 음모라는 주장이다.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DC인사이드에서는 "중국이 선거 조작을 했으며,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사실상 중국인이다"라는 터무니없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 내 중국인 유학생과 거주자들이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관광 산업이 절실한 한국이 오히려 중국인 방문객을 스스로 내쫓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의 또 다른 공로로 평가받던 외교 정책도 흔들리고 있다.

그는 집권 초반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고,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사업을 축소하지 않도록 조율했다. 그러나 그의 탄핵 이후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으면 한•일 관계는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월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내 반중 정서가 고조되는 것은 외교적으로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은 여전히 삼성, 현대자동차, K-팝 등 강력한 경제•문화적 영향력을 가진 국가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오스카를 빛낸 블랙핑크의 리사,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오징어 게임' 시즌 2 등이 그 증거다.

그러나 '1980년대 민주화 이후 계엄령은 과거의 일'이라는 자부심은 이제 사라졌다. 윤석열은 정치를 우회하려다 오히려 정치적 대혼란을 불러왔다.

지난 3개월간 한국에서 벌어진 일은 불필요한 위기였다. 단 한 사람의 실책이었지만, 그 대가는 국민 모두가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