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 관세 역풍, 생필품 및 가전제품 등 가격 인상 불가피, 고금리에 카드 빚 더 늘어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미국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관세와 금리 등 다양한 요인이 부채 증가와 상환 비용 상승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부채 부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과 부채를 줄이기 위한 전략을 공유했다.

관세 인상으로 덩달아 뛰는 생필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일부 국가들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발표했고, 일부 관세는 유예됐다. 이런 변화 속에서 각종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조지아대학교 금융•소비경제학과 조교수인 킴벌리 왓킨스는 "미국의 3대 교역국을 겨냥한 조치이기 때문에 이제 안전한 품목은 거의 없다"며, 특히 농산물, 신선한 과일과 채소 등의 가격 상승을 우려했다.

관세로 인해 전자제품, 가전제품, 의류, 장난감,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등의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왓킨스 교수는 "이러한 가격 상승은 이미 생활비 부담이 큰 저소득•중산층 가구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으며, 결국 신용카드 사용이나 기타 부채 의존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공정한 무역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관세 부과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3월 6일 뉴욕 경제클럽 연설에서 "값싼 상품에 접근하는 것이 아메리칸 드림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국민이 경제적 번영과 안정성을 이룰 수 있는 무역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평균 금리 23%, 역대 최고 수준

전미신용상담재단(NFCC) 부회장 브루스 맥클래리는 "신용카드 금리가 평균 23%로 역사적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높은 금리가 가계 예산을 압박하고, 특히 최소 결제액만 납부하는 경우 부채 상환 기간이 길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는 인플레이션 조절을 위해 조정되며, 이는 은행 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맥클래리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예상만큼 신용카드 금리 인하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대출 산업 전반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저축금리도 올라가게 되어 비상금을 더 빨리 모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추가 부채 발생을 줄일 수도 있다.

한편, 최근 미 하원에서는 초당적 법안을 발의해 신용카드 금리를 10%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존폐 위기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불공정한 대출 및 채권추심 관행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210억 달러(약 28조원) 이상의 배상금, 원금 감면, 부채 탕감 등의 구제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현재 CFPB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상원에서는 CFPB 국장이 예산을 요청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일부 의원들은 CFPB가 지나치게 강한 규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공익연구그룹(U.S. PIRG)의 소비자 캠페인 국장 마이크 릿은 "CFPB가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소비자 보호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CFPB의 최근 규정을 뒤집으려는 시도도 있다. 예를 들어, 대형 은행과 신용조합이 부과하는 초과 인출(오버드래프트) 수수료를 제한하는 규정을 무효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릿은 "초과 인출 수수료는 주로 저소득층을 겨냥하며, 하루에도 여러 번 부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CFPB가 도입한 의료 부채를 신용보고서에서 제외하는 규정도 도전을 받고 있다.

4월 15일 세금 신고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세금 납부로 인해 추가 부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세금 납부가 부담되는 경우, IRS(국세청)의 분할 납부 프로그램 등 지원 옵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세금 환급을 받는 경우 이를 고금리 신용카드 부채 상환에 사용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맥클래리는 조언했다.

부채 줄이기 어떻게?... 카드 회사와 이자율 협상

부채 상환과 생활비 상승을 동시에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맥클래리는 "예산을 점검하고 여유 자금을 마련해 예상되는 가격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비상금을 마련하고 생활 필수품 지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활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왓킨스 교수는 채권자에게 연락해 금리 인하를 협상하거나 일정 기간 납부 유예를 요청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마이크 릿도 최근 신용카드 회사에 연락해 금리 인하를 요청했으며, 몇 퍼센트 포인트의 영구적인 금리 인하 또는 일정 기간 0% 금리 적용 중 선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 한 통이면 금리를 낮출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예산 조정과 협상만으로 부족하다면, 부채 통합 대출, 잔액 이전 카드, 파산 등의 추가적인 부채 해결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비영리 신용상담 기관에서는 무료로 재정 상담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맥클래리는 "초기 상담은 대부분 무료이며, 이후 상담을 계속 진행할지 여부는 본인이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