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통과 여부는 불확실... 반대 측, "교육 수준 저하" 우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 고등학생들이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대수학 및 영어 시험을 폐지하려는 법안이 플로리다 상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법안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공립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반대 측은 교육 수준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플로리다에서는 40년 넘게 고등학생들이 주정부가 실시하는 영어 및 수학 시험을 통과해야 졸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시험 통과율이 낮아지고 있으며, 2026년부터는 시험 난이도가 더 올라갈 예정이어서 일부 의원들이 이 요구를 철폐하려 하고 있다.

2024년 졸업생 중 43%가 대수학 1과 10학년 영어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으며, SAT나 ACT 등 다른 시험에서 대체 점수를 받아 졸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의 코리 사이먼 상원의원은 지난해에도 같은 내용을 추진했으나 하원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올해 법안(SB 166)은 상원에서 두 차례 만장일치로 승인받았으나, 하원에서 지지를 얻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오렌지 카운티 공립학교 관계자들과 일부 교육계 인사들도 고등학생들의 시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당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 측은 졸업시험 폐지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낮추고,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플로리다의 2024년 전국 학력 평가(NAEP)에서 수학 점수는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중학생들의 성적은 25년 내 최악이었다. 8학년 독해 점수도 하락해 전국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

플로리다 미래재단의 수석 입법 국장 네이선 호프먼은 "이 법안은 학생들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조치"라며, "졸업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방법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체 시험 활용 증가… 2026년부터 졸업 기준 더 높아져

현재 플로리다에서는 주정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이 SAT, ACT 등의 시험에서 일정 점수를 받으면 졸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수학 1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은 SAT 수학 영역에서 800점 만점에 420점을 받으면 졸업이 가능하다.

이러한 대체 시험 활용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2019년 71%였던 비율이 2024년에는 8만3650명(약 12%포인트 증가)에 달했다.

한편, 2026년부터는 졸업시험의 통과 기준이 더 높아진다. 주 교육위원회는 2023년 새로운 점수 체계를 승인했으며, 당시 교육감 매니 디아즈는 "학생들의 성취도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셰브린 존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학생들의 시험 부담을 줄여야 하지만, 수학 성적 하락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9년 대수학 1 시험을 처음 본 학생들의 합격률은 62%였으나, 2024년에는 55%로 감소했다. 또한, 플로리다의 SAT 수학 평균 점수는 전국에서 시험 응시율이 90% 이상인 10개 주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하원에서는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유사한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지만 하원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어, 올해 법안이 최종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