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종교가 제도화될 때, 그 종교는 진리/신에 '확실성'과 '정형성'을 그 토대로 삼게 된다. 다양한 예전과 교리, 그리고 제도적 조직화를 통해서 '고착될 수 없는 것'을 고착하게 되고, 확실할 수 없는 것'을 정형화함으로써 제도적 종교는 유지되고 재생산된다. 인간의 유한한 인식능력으로 파악할 수 없는 것을 '파악 가능한 것'으로 만듦으로써 종교는 그 존재 의미를 상실하고 왜곡하게 되는 것이다. 유한자인 인간이 무한자인 신을 어떻게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겠는가. … '절대화의 덫'에 빠지자마자, 종교의 근원적 왜곡이 시작된다."- 「데리다와의 데이트」, 강남순 385쪽

이 내용을 읽자마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아마도 그는 어떤 이단의 전도자였다. 그는 내게 다가와 하나님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막힘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하나님을 다 아는 것처럼 말했다. 그런 그에게 나는 물었다.

"하나님을 다 아십니까?"

그러자 그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나님 아버지를 어떻게 모를 수 있습니까? 아이가 아버지를 아는 것처럼 나도 하나님을 다 압니다"

나는 그 사람에게 말했다.

"아이가 정말 아버지를 다 알까요? 아이는 아버지에 대해 다 알지 못합니다. 다만 아버지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다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하나님은 하나님이실 수 없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에 대해 다 알 수 없기에 하나님이시고 하나님 아버지이십니다"

그제야 그는 내가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슬며시 꼬리를 내리며 돌아섰지만 이런 말을 내게 남겼다.

"하나님을 다 알고 싶으면 다시 저를 찾아오십시오. 저는 이곳에 거의 매일 나옵니다"

나는 이런 사고가 그 사람만의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작금의 상황에서 탄핵반대를 외치는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 역시 같은 사고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그들만이 아니라 오늘날 대형교회에 나가고 있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을 위에 인용한 글이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절대화의 덫’이라는 말이다. 데리다는 종교가 제도화될 때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맞다. 그것이 그리스도교가 제도화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제도화 되었는가?

당연히 제도화되었고, 강력한 조직이 되었다. '고착될 수 없는 것'을 고착하게 되었고, 확실할 수 없는 것'을 정형화하였다. 그 결과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유지되고 재생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절대화의 덫에 빠진 것이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근원적인 왜곡이 이루어졌다.

이런 그리스도교가 과연 복음을 간직하고,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복음대로 살 수 있게 할 수 있는가?

물론 정형화된 복음을 간직할 수 있고, 나름의 종교적 행위를 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복음이 아니고 참된 복음의 삶이 될 수 없다. 그것을 나는 ‘율법의 행위’라고 말할 수 있고, 율법의 행위의 결과를 우리는 바리새파 사람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아! 위선자들아! 너희에게 화가 있다. 너희는 회칠한 무덤과 같기 때문이다. 그것은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안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온갖 더러운 것이 가득하다. 이와 같이, 너희도 겉으로는 사람에게 의롭게 보이지만, 속에는 위선과 불법이 가득하다"

바리새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앙을 율법의 행위 를 지키는 것으로 만들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당시 유대의 상황이다. 유대인들은 로마의 가혹한 식민통치하에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혹한 상황에 내몰렸고, 그들은 당연히 바리새파 사람들처럼 ‘율법의 행위’를 준수할 수가 없었다. 바리새파 사람들은 그런 그들을 부정한 사람으로 몰아 죄인들로 만들었고, 자신들이 상종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로 낙인을 찍었다. 그러나 그들은 부정한 죄인들이 아니라 자신들의 자매와 형제들이었고 그런 그들과 모든 것을 함께 하고 나누어야 했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의 위선의 본질이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은 유대사회의 기득권자들이 되어 자신들의 생존에 몰두하기 위해 그 같은 위선자들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행할 수 있는 율법의 행위 에 절대성을 부여함으로써 자신들만의 생존을 도모했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신앙의 삶을 유지하고 지킬 수 있었다. 유대교는 그렇게 유지되고 재생산될 수 있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아! 위선자들아! 너희에게 화가 있다! 너희는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는 드리면서, 정의와 자비와 신의와 같은 율법의 더 중요한 요소들은 버렸다. 그것들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했지만, 이것들도 마땅히 행해야 했다. 눈 먼 인도자들아! 너희는 하루살이는 걸러내면서, 낙타는 삼키는구나!"

얼마나 적확한 지적인가. 우리는 예수님의 질타를 받고 있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에게 주목해야 한다. 그들이 눈 먼 인도자들이 되어 하루살이는 걸러내면서 낙타를 삼킨다는 예수님의 비유는 그야말로 촌철살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빠진 것이 바로 데리다가 말하는 ‘절대화의 덫’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율법의 행위에 도취되어 '고착될 수 없는 것'을 고착하게 되고, 확실할 수 없는 것'을 정형화했다. 우리는 그런 그들을 통해 다양한 예전과 교리, 그리고 제도적 조직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절대화의 덫 에 빠진 사람의 귀와 눈이 닫힌다는 사실이다. 귀와 눈이 닫힌 사람에게는 그 어떤 것으로도 그들을 이해시키거나 그들이 빠져 있는 절대화의 덫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없다. 결국 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다.

하나님은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내버려두신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다는 사실을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그들이 무익하지 않다.

그것은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내게 다가와 하나님을 다 안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나 오늘날 광장에서 탄핵반대를 사납게 외치는 사람들이 돌이켜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될 가능성은 제로다. 그러나 그런 그들이 ‘절대화의 덫’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면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새파 사람들이 삼켜버렸던 낙타, 즉 정의와 자비와 신의와 같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정의에 주목하고 그것에 도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자신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나는 과연 절대화의 덫 에 빠져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