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사람들을 위한 도로로 뒤덮힌 주"오명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주가 새롭게 도입한 인터스테이트 4번 고속도로(I-4) 익스프레스 차선의 최고 요금이 21달러로 책정됐다.

주 교통당국은 이 차선의 요금이 구간당 50센트에서 3달러까지 변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총 21마일(약 34km) 구간을 이용할 경우 최대 21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교통체증이 심할 때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이 금액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누구도 이 차선을 강제로 이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미놀과 오렌지 카운티의 일반 차선이 막혀 있더라도, 운전자들은 차 안에서 교통체증을 감수하거나, 선레일 열차를 타거나, 아예 외출을 포기할 수도 있다.

플로리다 교통당국은 이를 "유동적 요금제(dynamic pricing)"라고 부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혼잡 요금제(congestion pricing)"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흥미로운 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에서 비슷한 정책이 시행되려 하자 이를 강하게 반대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서 "혼잡 요금제는 끝났다. 맨해튼과 뉴욕 전체가 구원받았다. 만세!"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교통부 장관은 "이런 요금제는 미국 노동자 계층과 소상공인들에게 모욕적인 일"이라고까지 비난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플로리다에서 같은 방식이 시행될 때는 아무런 문제 삼지 않는 모습이다.

I-4 익스프레스 차선 문제는 사실 플로리다가 전반적으로 톨게이트에 의존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부각시킨다.

플로리다는 미국에서 톨게이트 도로가 가장 많은 주다. 저비용 주라고 자부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동하는 데 높은 비용이 드는 것이다.

플로리다는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대가로, 기업들에는 막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99%의 기업이 법인세를 내지 않도록 허용한다. 그 결과, 주민들을 위한 공공 서비스에 사용할 재원이 부족해진다.

플로리다는 교육부터 장애인 복지까지 모든 부분에서 예산을 아끼고 있으며, 1인당 정부 지출 규모에서 전국 49위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도로 건설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결국 세금을 대신해 톨게이트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2015년 한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인 주에서는 100마일 정도의 유료 도로를 운영하지만, 플로리다는 이미 700마일 이상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늘어난 상태다.

특히 플로리다에서도 올랜도 지역이 유료 도로가 가장 많은 곳이다. 즉, 미국에서 가장 많은 톨게이트를 운영하는 주의, 가장 톨게이트가 많은 도시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톨게이트가 싫으면 안 쓰면 된다?... 더 늘어나는 유료 도로

톨게이트 옹호자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유료 도로가 싫으면 안 타면 된다."
그러나 실제로 그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유료 도로를 이용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뿐이다.

예를 들어, 오코이에서 디즈니월드까지 출퇴근하는 사람이 톨게이트 없는 길을 이용해 보라고 하면, 18분이면 가던 길이 40분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럼 디즈니에서 일하는 사람이 좀 더 가까운 곳에 살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직장 가까이에 살 형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뉴욕에서 트럼프가 비판했던 것도 같은 논리였다. 맨해튼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파크 애비뉴 고급 아파트에 살 수는 없고, 결국 뉴저지에서 출퇴근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에서도 마찬가지로, 올랜도 근교인 비슬로 같은 곳에서 출퇴근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구나 플로리다는 대중교통도 열악하다. <올랜도 센티널>이 예전에 지적했듯이, 올랜도 지역의 대중교통 수준은 미국 최하위권이다. 관광업 종사자들이 "15마일(약 24km) 이동하는 데 3시간이 걸리는" 실태가 보도된 적도 있다.

I-4 익스프레스 차선의 원래 최고 요금은 14달러로 책정됐었다. 하지만 현재는 21달러까지 올랐다. 1구간당 최대 3달러이며, 동쪽 방향으로 7개 구간, 서쪽 방향으로 6개 구간이 있다.

주 교통당국은 이 요금이 항상 최고 수준으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통행량이 많지 않을 때는 1구간당 50센트로, 전체 3달러50센트 정도로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운전자들이 이 차선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시간대에는 가격이 치솟을 것이다.

플로리다는 "I-4 얼티밋(Ultimate)"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이러한 톨게이트 수익을 재원으로 삼았다. I-4 개보수 공사만 두 차례 진행됐으며, 총 50억 달러가 투입됐다.

그나마 이 공사 덕분에 I-4의 교통 흐름이 개선된 점은 인정할 만하다. 단순히 익스프레스 차선을 추가한 것이 아니라, 병목 현상이 자주 발생하던 구간의 교차로를 재설계하는 등의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결국 유료 차선 추가다. 주정부의 공식 슬로건은 "I-4 익스프레스는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습니다"이다. 하지만 그 뒤에 문장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할지도 모른다.

"돈을 낼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