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반발 속 1차 주거용 부동산에만 적용 가능성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주 내 재산세를 완전히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주택 소유자들은 연간 수천 달러를 절약할 수 있지만, 경찰, 학교, 공원 유지 등 필수적인 정부 서비스 예산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플로리다가 미국에서 최초로 재산세를 폐지하는 주가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올랜도에서 40만 달러짜리 집을 산 경우, 약 5000달러의 재산세 부담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감세 정책이 반드시 혜택만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재산세는 플로리다 내 지방 정부의 주요 수입원으로, 도로 포장, 공원 유지, 경찰 운영 등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판매세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지 메이슨 대학의 공공정책 교수 데이비드 브루노리는 "재산세 폐지는 경제적으로는 나쁜 정책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좋은 전략"이라며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사람들은 세금을 덜 내게 되지만, 저소득층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세 인상 불가피… 저소득층 부담 증가

판매세는 소득과 관계없이 소비에 부과되기 때문에 저소득층이 소득 대비 더 높은 세율을 부담하게 되는 '역진적(regressive)' 성격을 갖는다. 플로리다는 현재 대부분의 식료품과 의약품에 대한 판매세를 면제하고 있지만, 재산세 폐지로 발생하는 수십억 달러의 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판매세를 두 배로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

좌파 성향의 싱크탱크인 플로리다 정책 연구소( FPI)는 재산세를 없앨 경우 현재 6%인 플로리다 판매세율을 12%로 올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소 CEO 사다프 나이트는 "이러한 세제 개편은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고, 저소득층이 생계를 유지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플로리다는 소득세가 없는 주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 화요일 주 의회 연설에서 "집을 완전히 소유하고도 매년 정부에 돈을 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집이 개인의 소유인지, 아니면 정부에 임대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재산세 폐지를 위해서는 플로리다 헌법 개정이 필요하며, 유권자의 최소 60%가 찬성해야 한다. 디샌티스는 2026년 주민투표를 목표로 세금 감면안을 추진할 계획이며, 이를 위한 연구 법안도 제출된 상태다.

그러나 그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모든 재산세를 폐지할 것인지, 아니면 1차 주거용 부동산만 대상이 될 것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또한 "세금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수십억 달러의 부족분을 어떻게 충당할지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지방 정부 의존도 증가 우려…과거에도 시도, 판매세 인상안으로 무산

플로리다 세무 당국에 따르면, 2024~2025년 예산 기준으로 플로리다 내 도시, 카운티, 학교 및 특별구는 총 550억 달러(약 73조 원)의 재산세를 징수했다.

올랜도의 경우 7억800만 달러의 일반 예산 중 약 절반인 3억3800만 달러가 재산세 수입에서 나왔다.

오렌지 카운티 위원회 위원 마이라 우리베는 "재산세가 사라지면 지방정부가 주정부에 재정적으로 더 많이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탤러해시에 있는 정치인들에게 지방 재정을 맡겨야 한다면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플로리다 공화당은 과거에도 재산세 폐지를 시도한 적이 있다. 2007년 당시 주 하원의장이었던 마르코 루비오(현 미 국무장관)는 1차 주거용 부동산의 재산세 폐지를 추진했지만, 판매세 인상을 통해 이를 보전하는 방안이 논란이 되면서 결국 무산됐다. 대신 주택 소유자에 대한 면세 혜택(홈스테드 면제)을 두 배로 늘리는 수정안이 통과됐다.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주 상원의원이자 디샌티스의 측근인 블레이즈 인고글리아는 "주택 소유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재산세 부담을 줄이는 것"이라며 "1차 주거용 부동산의 재산세만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용 부동산과 상업용 부동산에는 여전히 재산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플로리다의 중간 재산세 부담은 2386달러로, 전국 평균보다 600달러 낮다. 하지만 지역별 차이가 크며, 주택을 보유한 기간에 따라 세금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오렌지 카운티 세금 징수관 스콧 랜돌프는 "정부가 '일단 재산세를 없애고 나중에 방법을 찾자'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채권 시장은 이런 계획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업 친화적인 싱크탱크 '플로리다 택스워치'의 도미닉 칼라브로 회장도 "재산세 폐지는 충분한 연구와 신중한 고려가 필요한 문제"라며 "재산세가 인기가 없는 세금이라는 점은 맞지만, 지방 정부 운영에 필수적인 재원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