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민법 시행 이후 불안감 커져 병원 방문 꺼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의 이민자들이 강제 추방에 대한 두려움으로 의료 서비스를 기피하고 있다. 이들은 병원 방문을 꺼리며, 건강 문제를 방치하거나 대체 치료법을 찾는 등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탬파베이 지역에 사는 베아트리스 루고(28)라는 여성은 최근 간단한 일에도 쉽게 지치고, 피부가 창백해졌으며 어지럼증이 잦아졌다. 그러나 병원을 찾는 대신 자연 요법으로 면역력을 강화하려고 힘쓰고 있다.

3년 전 남편과 아들과 함께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루고는 어머니가 사는 플로리다 도버에 정착했지만,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인해 병원과 응급실 방문을 꺼리고 있다.

플로리다는 2년 전 불법 이민을 단속하는 새로운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메디케이드를 받는 병원들은 환자의 법적 신분을 확인해야 한다. 환자가 이에 응답할 의무는 없지만, 잘못된 정보와 정치적 논란이 확산되면서 신분을 밝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취임한 이후 백악관은 전국적인 대규모 강제 추방을 공언했다. 또한, 임시 보호 조치를 철회하고 국경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에 발맞춰 주 및 지방 공무원들이 단속을 지원하도록 하는 법안을 서명했다.

이에 따라 의료 서비스 이용을 꺼리는 이민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인권 단체들은 지적한다. 일부 클리닉에서는 건강 관리 옵션에 대한 문의가 급증했다. 미국 시민권자이거나 이민자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조차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엘리자베스 아란다 사우스플로리다대학(USF) 교수는 "병원 방문을 피하면 응급실 치료 비용이 증가할 뿐 아니라, 예방 가능한 질병이 확산될 위험도 커진다"라고 우려했다.

일부 이민자들은 신분을 묻지 않는 지역사회 클리닉을 찾지만, 상당수는 병세가 악화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결국 응급실을 찾는다.

레오넬 에르난데스(47)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그는 20년 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플로리다 클리어워터에서 일해 왔다. 신분 문제로 건강보험 없이 생활했고, 건강보다 생계를 우선시했다. 하지만 고혈압과 당뇨병이 악화되면서 결국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두려움이 공중 보건에도 악영향

농촌 여성 건강 프로젝트 책임자인베로니카 로블레토는 “이민자들의 불안감이 의료 시스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보통 농촌 지역 의료 서비스는 대기자 명단이 길지만, 최근에는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라고 전했다.

그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의료 서비스 및 입원 관련 법률에 대한 문의 전화가 50% 이상 증가했다”라면서 "우리 단체는 커뮤니티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두려움이 너무 커서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플로리다 이민자 연합(FIC), 멕시코 영사관 등 여러 기관들은 새로운 이민법으로 인한 불안을 해소하고자 교육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영사관은 무상 건강 검진을 제공하는 '베탄니아 데 살루드(Ventanilla de Salud)'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신분과 상관없이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사렛 제퍼스, 타폰 스프링스 비영리 단체 대표는 “지금은 아픈 사람들과 취약 계층을 위해 공감과 배려가 필요한 때이지만, 여전히 많은 이민자들은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병원 방문을 망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